고달픈 20대, 열정과 열정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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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춘 드라마라면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가 있다.‘ 열정페이’가 바로 그것이다. 드라마에선 이제 열정페이를 청춘의 아픔을 대표하는 것으로 쓰일 만큼, 현실에서 역시 열정페이는 많은 청춘들이 불가피하게 겪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청춘의 성장절차라 칭하기엔 너무나 가혹한 이 현실에 청년들은 단단히 뿔이 나있다.
아래의 대본은 On Style 드라마 <처음이라서>에 등장하는 극중 뮤지컬 배우 지망생인 ‘최훈’이 겪는 일상이다. 그는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안고 금수저인 자신의 특혜도 버린 채 정당한 자세로 임하지만 눈앞의 현실에 좌절한다. 청춘을 눈물짓게 하는 열정페이, 도대체! 과연! 무엇이기에 이리도 마음을 찢어지게 하는지 청년대표 ‘훈’이와 함께 알아보자.

뮤지컬 <빨래> 배우 오디션장 밖에서 숨어 기다리고 있는 훈, 감독이 오디션장을 나오자 달려 나간다.

(우렁차게) 안녕하십니까.

감독 무슨 인사를 두 번이나해

(망설이다) 저 떨어졌죠?

감독 결과는 다음 달에 얘기해 (하고, 가던 길 걸어가려는)

(다급하게) 저 떨어졌어요. 그 날 7명보다 못했거든요 (빠르고 급하게) 저 떨어진 거 분명하니까 다른 잡일이라도 시켜주시면 안돼요? 제가 전단지 붙이는 엄청난 재능이 있구요 청소는 또 천부적인 소질을 타고 났습니다. 보다시피 이렇게 성격이 좋아서 사람들이랑 잘 어울리구요.

감독 (재밌다는 듯 웃는) 월급 같은거…없는데?

(표정 굳는, 조금을 표하는 손동작) 한 푼도요?

감독 (웃음 띠며) 열정으로 하는 거죠. 예술은 순수한 거니까.

우어~ (어이없는 웃음) 이게 그 악랄한 말로만 듣던 열정페이?

감독 (끄덕끄덕) 너 같은 친구 들어와봐야 사실 별 도움도 안 돼. 일 가르치느라 힘만 들지

(표정 굳는) 이젠 막 두 번 봤다고 반말하시네! (능글맞게) 저 반말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아시고~ 저 반말 엄청 좋아해요 (억지로 웃어 보이는)

감독 (고개 한껏 쳐들고, 거만한 자세로)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고민, 눈동자 굴리는) 해보겠습니다! 언제 어디로 가면 되죠?

  감독                                                                 

우리 사회에는 도제시스템 이라는 것이 있다.‘도제(徒弟)’라는 것은 같은 말로 제자를 뜻한다. 따라서 도제 시스템이라는 것은 직업에 필요한 지식, 기능을 배우기 위하여 스승의 밑에서 일하는 직공을 말한다. 스승의 작업을 도와주는 보조자 노릇하며 스승의 기술을 배우는 시스템이다.12
이로서 스승이 자신만의 기술을 제자에게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학교로 따지면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교사와 같은 위치인데 훈이 일을 한다는 의미보다 배운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우리가 적은 돈을 지불하고 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내’제자가 더 넓은 사회에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일 뿐이다.
그 과정을 견디는 것으로 자신의 열정을 입증하는 것은 제자가 가져야 할 필수요소이다.

                                                                    훈  

도제시스템, 물론 좋은 의미라는 것을 잘 알고있다. 그러나 감독이 주장하는 도제시스템은 순수한 의미가 아니다. 나는 전혀 교육적인 배움을 받지 못했다. 항상 단순 노동을 할 뿐이었다.
예를 들어 패션 업계에서는 하루 종일 바느질만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채용 시에 분명 디자이너를 뽑는다 했음에도 신체사이즈를 요구한다. 무보수로 우리를 모델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우리 영화업계도 마찬가지다. 항상 허드렛일만 할 뿐 연극과 영화에 대한 지식은 어깨 너머로 배울 뿐이다.
도제시스템에서 스승은 제자에게 절대적인 존재가 된다. 더구나 ‘가짜’도제시스템 안에서 스승이 아닌 절대적 갑이 되어있는 감독들이 우리에게 ‘교육’이 아닌 ‘일’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극중 훈의 짧은 일상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열정페이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다. 열정페이가 과연 무엇인지 훈과 감독의 대화를 통해 차근차근 파헤쳐보도록 하자.

1. 열정페이는 주로 훈과 같이 사회에 갓 발을 담근 청년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훈은 꿈을 이루기위해 그와 무관한 청소라도 하길 원하고, 사회 초년생이기에 당연히 없는 경력에 자책하며 감독의 말에 복종한다. 이러한 마음을 꿰뚫고 있는 감독은 이 시대의 모든 청년들의 간절한 마음을 적극 이용하는 것이다.

2. 고용주의 자세는 항상 당당하다.

위 대화에서 감독은 ‘예술은 순수하다’는 고귀한 말을 하면서 악랄한 표정을 짓는다. 불만을 표하는 훈에게 사실 너 같은 거 들어와봐야 도움이 안 된다며, 오히려 일을 가르치는 게 ‘일’이라고 하며 당연하다는 듯이 월급을 지불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처럼 고용주들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돈을 적게 줘도 된다는 관념을 가지고 청년 노동력을 착취한다.

3. 열정페이는 보통 예술 분야에서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다.

훈이 속해있는 연극, 영화는 물론이고 미용 분야 외 패션 분야에서도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인턴이라는 명목 하에 끝없는 노동을 요구한다. 보통 도제시스템이 갖추어진 예술분야에서 열정페이가 존재한다.

4. 청년은 다 안다. 알고 있다. 알면서도 당하는 것이다.

훈은 월급을 조금도 주지 않는다는 감독의 말에 잠깐 화날 뻔했다. 그러나 그가 억지로 생글 생글 웃어 보이며 참은 데는 이유가 있다. 때려치우면 그만일 것을 꿋꿋이 버티겠다고 한 건 내가 아니어도 할 사람은 많기 때문이다. 청년실업 100만시대, 내가 그만두더라도 누군가 들어올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알면서도 당해주는 듯하고 이를 숙명으로 여긴다.

1. 최저임금법 제6조(최저임금의 효력) 제1항.

사용자는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2. 근로기준법 제50조(근로시간) 제1항.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3. 근로기준법 제51조(탄력적 근로시간) 제2항.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생략) 제50조 제1항의 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특정한 주에 제50조제1항의 근로시간을, (생략) 초과하여 근로하게 할 수 있다. 다만, 특정한 주의 근로시간은 52시간을, 특정한 날의 근로시간은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4. 근로기준법 제56조(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

사용자는 연장근로와 야간근로(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사이의 근로) 또는 휴일근로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열정페이가 뜨거운 화두가 된지 1년이 넘었다. 1년하고도 4개월이나 더 지난 2016년 2월 1일 고용노동부는 ‘열정페이’근절을 위해 「노동개혁 인턴지침」을 발표하여 청년들의 교육이나 실습이라는 명목 하에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방지하기로 했다.
노동개혁 인턴지침에서 인턴 수련기간은 6개월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있다. 또한 주 40시간 미만 근로시간을 지켜야하고 원칙적으로 연장, 야간 및 휴일 근무가 금지된다. 회사는 식비, 교통비 등을 지원해야하며 인턴 역시 복리 후생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험하거나 유해한 훈련은 배제해야하며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므로써 청년을 보호한다. 이로서 청년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열정을 펼치길 기대해본다.

 

“좁은 취업문을 남보다 먼저 뚫기 위해선 남보다 내가 훌륭해야했다.”
그렇게 다져진 청춘들의 스펙은 영어는 기본, 요즘 대세인 중국어를 비롯한 2개 국어쯤은 거뜬했고 자격증도 수십 개, 전공 관련 대외활동, 거기다 봉사 활동까지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이러한 청춘들의 상황을 잽싸게 악용하여 너 말고도 할 사람은 많다며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은 어쩌면 청춘들의 열정을 영영 소생하지 못하도록 짓누르는 것일지 모른다. 열정이 있으니 그 어떤 것도 필요 없다는 이론은 오히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애정이 빠르게 시들어 버리게 한다.
이렇듯 스펙으로 둘러싸이거나 스펙을 쌓고자하는 청년들의 인력을 저임금 혹은 무임금으로 당연하듯 이용하는 것이 일시적으로 이윤이 남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의 먼 미래를 바라볼 때 한 나라의 성장 동력이 되어야 하는 청년들의 꿈을 사회가 짓밟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하나, 고용주는 정당한 방법으로 노동력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국가는 철저한 근로 감독으로 상황에 맞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P 글 : 정화선, 채봉수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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