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이 1주일 전으로 다가오던 날이었다. 학보마감은 코앞이고 집밖으로는 나가기 싫고 엄청난 내적갈등을 겪고 있던 필자는 결국 개강과 마감이라는 현실의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오랜만에 집밖을 나서기로 결심했다.
마침 동생이 고등학교에 입학을 했고 주머니사정이 좋아서 입학선물을 해주기 위해서 같이 천안으로 향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집밖을 나서자 환했던 날씨는 우중충해졌고, 저녁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연히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던 독립기념관은 내부공사 및 수리중이였고, 당연히 탔어야하는 시내버스도 놓치게 되며 시간은 시간대로 날리게 되었다. 그래도 일정은 무사히 마쳤으며 이렇게 기사를 쓰고 있다.


독립기념관예산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천안터미널 천안문화의 대부분이 천안터미널에 모여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많은 인파와 복잡한 교통에 식겁했다. 일단 정신을 차리고 초등학교들의 현장체험학습에 있어 필수코스인 독립기념관을 가기위해서 천안에 사는 친구들에게 가는 방법을 물어보았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길을 건너서 400번을 타라고 했지만 길을 건너지 않는 것이 옳은 방법이었다.
400번 버스를 타고 30분을 소비하며 도착한 필자는 아까 보던 많은 인파가 무색할 정도로 공허한 독립기념관을 보고 요즘사람들이 얼마나 우리역사에 관심이 없고 문명만 쫓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나 역시도 요 근래에 우리역사에 관심이 없었던 점을 반성했다.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갖자 라고 마음을 고쳐먹고 내부로 들어갔다. 역시 옛날에 봤던 것과 크게 변함은 없었다. 초등학교 때는 3시간이면 돌아보던 곳을 20분에 걸쳐 주변을 둘러보았고, 겨레의 집 쪽을 둘러보려고 뒤로 나선 순간 내부수리중이라는 판넬을 보게 되었고, 허탈하게 버스를 타러 돌아왔다. 그 과정에서 버스를 아깝게 놓치게 되었고, 20분을 기다려서 다음버스를 탈 수 있었다. 이때부터였는가 하늘이 점점 흐려져 갔다.


삼거리공원독립기념관에서 20분을 기다린 끝에 400번 버스를 타고 천안의 12경 중 1경에 해당하는 삼거리공원으로 향했다.
천안삼거리는 만남과 어울림의 현장으로 선비 박현수와 능소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서려있다고 한다. 또한 문화재자료 제 11호 삼룡동 삼층석탑도 있어 역사있는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이곳에 도착한 우리는 그냥 걸었다. 몇 분 동안 걷던 도중에 무심코 주변사람들을 보았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켓몬을 잡고 있었다. 좀비처럼 핸드폰만 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들은 산책로처럼 꾸며놓은 길옆에는 많은 나무들과 석탑, 장승들을 볼 수 있었다.
아무생각 없이 걷다보니 멀리서 천안흥타령관이 보였고, 뜻밖의 구경거리에 신난 우리들은 10분을 걸어서 흥타령관의 입구에 도착했다. 도착했을 때 무언가 싸늘한 느낌이 났지만 이를 부정하며 문을 당겨보았다. 역시 그 느낌은 정확했다. 문은 열리지 않은 것이다. 이에 우리들은 허탈감과 상실한 기분으로 둘러싸였고 동생은 이제 집에 가자고 했다. 눈치가 보였지만 다음 행선지가 있었으므로 다시 10분을 기다린 후 다시 400번 버스에 올랐다.


중앙시장삼거리공원에서 탔던 버스에서 내리고 도착한곳은 천안의 중앙시장! 오랜 굶주린을 겪고 있던 우리는 예민해있었고,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보이는 족발집을 들어갔다. 처음가보는 음식점에 큰 기대 없이 배만 채우고 다른 곳에 가서 밥을 제대로 먹으려 했었지만 막상 눈앞에 탱글탱글한 족발들이 구미를 당겼다. 막국수와 족발, 상추의 조합은 지금도 잊을 수 없었다. 시장인심이라 그런지 가격에 비해 풍성한 구성과 양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특히 사이드로 나온 콩나물국은 족발집에서 밥을 찾게 하는 마법을 부리기도 했다.
배를 채우고 나오니 눈앞에 벽화거리라고 쓰여 있는 표지판이 있었다. 소화도 시킬 겸 걷자는 마음으로 표지판을 따라갔다. 출구에서부터 시작한 우리는 얼마가지 않아 굿을 하고 있는 무당집을 지나게 되었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굿을 하는 소리를 직접 들었다. 너무 무서워서 동생을 버려두고 도망치듯 그 거리를 벗어났다. 필자는 벽화가 그려진 거리를 처음 가보았는데, 생각보다 예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중에 더 예쁜 곳을 찾아서 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다시 시장으로 들어갔다.
시장 속에는 각종 tv에 나온 호떡집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다 먹어보려고 했는데, 그 전에 먹은 족발이 나의 지갑을 보호해주었다. 대충 시장 한 바퀴를 돌아본 우리는 동생의 목적인 옷을 사기위해 터미널로 향했다. 이때부터 비가 추적추적 오기 시작했는데, 괜찮았다. 동생의 옷을 사야했기 때문에.


천안터미널비가 와서 그랬을까? 터미널 앞의 사람들이 처음 도착해서 보았을 때보다 줄어들어 한적한 느낌이 들었으며 우리처럼 비를 예상하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우산 없이 모자를 쓴 채 정류장에서 갑자기 내리는 비를 피하는 모습이 병아리들이 모이 앞에 모여있는 것 같아서 귀여웠다. 수많은 인파들 사이에서 동생의 옷을 사기위해 터미널 건너편에 있는 상가들로 향했다. 이곳은 비가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가득했다. 모두 각각의 개성을 들어낸채 돌아다녔고, 우리도 그 사이에서 남매스웩을 뽐내며 1시간가량 동생의 쇼핑을 따라다녔다. 결국엔 처음에 봤던 그 검은색 코치자켓을 구입함으로써 천안에서의 모든 계획은 끝이 났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단대호수에 가서 저녁을 먹고 호수 주변을 걷다 집으로 향하려 했겠지만 내리는 비에 승복하기로 하고 터미널로 향하는 신호등을 건넜다.
이상하게도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터미널 옆의 많은 조형물들에게 이목을 사로잡혔다. 백화점 앞이라 쇼핑을 상징하는 커다란 빨간색 핸드백은 굉장히 인상 깊었고, 그 옆 하수도위에서 막대기를 들고 있는 남자의 조각도 그 주변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멋있었다. 조형물을 다 둘러보고 우리는 터미널에서 예산으로 향하는 버스표를 샀다. 시간이 바로 있었기에 바로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이렇게 오랜만의 천안나들이는 끝이 났다.


천안나들이를 마치며…..

집으로 가는 버스에 타자마자 피곤했던지 우리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잠이 들었다. 예산에 거의 도착할 쯤 눈이 떠졌는데 창밖으로는 거짓말같이 비가 내리지 않았고, 달도 예쁘게 동그래지는 모습이 보였다. 아쉬웠다. 정말 오랜만의 외출을 통해서 비만 내리지 않았으면 저녁도 천안에서 먹고, 좀 더 돌아다닐 수 있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동생을 데리고 하루 동안 천안을 돌아다니기는 쉽지 않았다. 동생의 눈치도 보아야하고, 동생의 식비와 옷값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동생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고 어렸을 때 살던 곳을 오랜만에 직접 돌아다니며 향수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집에 도착해서는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방학과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져도 너의 잘못이 아니다. 너는 좋은 방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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