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오영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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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부인 세상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나’ 모든 인간은 자신의 삶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인생의 답을 찾길 갈망한다. 그렇다면 동물은 어떨까,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삶에서 그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의식주’뿐일까? 내가 방학동안 지낼 언니의 집에는 중학교 1학년일적부터 키우던 메리(♀, 8살)와 언니가 ‘전’남자친구에게 선물로 받은 이브(♂, 2살)도 같이 살고 있다. 여기서 ‘전남자친구’라는 포인트는 중요하다. 그 전에는 전남자친구와 공유하며 같이 키워 부양적 부담이 덜했다면 지금은 메리에 이어 2마리의 생명을 언니가 책임지게 된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방학동안, 내가!

메리는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뼈대도 얇고 조금만 뛰어도 숨차하는 할머니 강아지다. 어렸을 때 좋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서 건강도 안 좋고. 지금은 심장사상충에 걸려서 매일 한 끼에 약을 섞어 먹이고 있다. 맛있는 음식하고 몰래 섞어주기 때문에 본인은 아마 특별식을 먹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이브는 너무 건강한 녀석이다. 젊은 혈기를 주체하지 못한다, 엄청 까분다! 라고 처음에 생각했지만, 지금의 내 눈에는 눈치를 보며 애교부리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녀석인데 오래부터 있던 서열 1위 메리보다 사랑받고 싶어서 관심 받는 법을 연구하는 것 같기도 하다. 가끔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노니는 모습이 딱 무대포아기 같다.

요즘은 주변을 둘러보면 집에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많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요즘 들어서는 정말 ‘가족’으로써 미래를 함께하는 느낌이다. 우리언니는 20살에 독립하고 나서도 혼자 계속 메리를 키워왔다. 언니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괜찮은 사람이다. 하지만 괜찮은 사람이 괜찮은 애견인인가? 개인적인 의견으로 우리언니가 괜찮은 애견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강아지들은 우리와 같은 시간을 살고 있다. 24시간, 우리는 그 시간동안 일을 하기도 하고, tv를 보기도 하고, 핸드폰을 만지기도 하며, 어떻게든 보낸다. 강아지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까? 우리가 외출하는 동안 강아지는 잔다. 우리가 밖에서 맛있는 것을 먹을 때면 그들은 우리가 집에 오기를 기다리며, 저녁을 기대한다. 우리가 집에 와 tv를 켜면 강아지는 우리 옆을 서성이다가 근처에 누워 잔다.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그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강아지의 행복은 무엇일까?

강아지가 주인을 제외한 것에 집중하는 일은 손에 꼽는다. 밥 또는 간식을 주거나 산책을 갈 때 등이다. 이 행동들의 공통점은 우리가 강아지들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것, 신경을 쓴다는 점이다. 산책을 가거나, 밥을 먹는 것이 아무리 행복해도 그들은 스스로 행동할 수 없다. 그들의 작은 행복함이나 행동을 스스로 결정짓지 못한다. 요컨대 강아지들이 가지는 행복함의 정도는 그들의 주인이 결정짓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잠깐 외출했다 돌아오기만 해도 다리를 긁으며 매달릴 정도로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만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이 작은 생명체들에게 나는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관찰결과 사회생활에 바쁜 언니는 집에서 강아지들에게 관심가지는 시간이 채 5분도 안 된다. 물론 내가 돌봐주는 것을 믿고 평소보다 관심을 덜 가지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진짜 주인이 아니라서 그런지 내가 10분을 쏟아 같이 노는 것보다 언니가 몇 번 쓰다듬는 것이 더 행복해 보인다. 솔직히 최근엔 내가 주인이 된 것 마냥 돌봤는데 불러도 돌아보지도 않아서 살짝 상처받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잠깐의 터치로 저리 신나하는데, 못해줄게 뭐람. 언니의 관심으로 강아지들이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며칠 전 언니를 배웅하러 밖에 나갔다가 집으로 들어가기 아쉬워 메리브(메리와 이브)를 데리고 산책을 했다. 집 근처 강가 길을 걷는데 이브가 목줄에 묶여 있으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싶어 하는 것이 너무 가여웠다. 마침 아침이라 사람도 없어서 목줄을 풀어주니 그대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강가 풀밭에 쉬는 까치들을 신나서 사냥하듯 쫓는 모습이 새삼 야생 동물스럽다고 생각했다. 학교와 집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우리는 지겨움을 느끼고 답답함을 느낀다. 인간만 그럴까? 당신의 반려동물들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자유를 갈망하고 어디서나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싶을 것이다. 그들의 어제가 오늘과 다른 점은 당신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어제보다 특별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친구, 연인, 주변관계에서 행복을 얻듯이 강아지들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행복함을 찾는다고 생각한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동네 아이들과 마주쳐 강아지들의 목줄을 뺏겨 버렸다. 아이들과 뛰어다니는 것을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내 근처에만 어슬렁거릴 뿐이었다. 인간과 다른 점은, 강아지 쪽에는 맺는 관계가 하나뿐이라 그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하나뿐인 친구이기 때문이다. 하나뿐인 친구가 되기로 마음먹는다는 것은 그들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것이다. 의식주만이 책임의 전부가 아닌 것은 당연하다.

내가 밥을 먹을 때면, 메리는 한입이라도 줄까 하는 마음에 음식과 나만 번갈아 쳐다보고 이브는 가만히 엎드려 있다. 하지만 웬일인지 이브가 몸을 떨며 헥헥 대고 있었다. 메리가 몸을 떤 적은 자주 있었다. 화장실이 가고 싶거나 무서울 때, 아플 때다. 이브는 워낙 건강해서 걱정이 없었는데. 바로 검색 창에 ‘강아지 떨림’, ‘강아지 불안’ 등 비슷한 증상을 검색했지만 내가 원하는 답을 내주지는 않았다. ‘무언가 잘못 먹었나? 토를 하게 해볼까? 오히려 안 좋을 수도 있다는데, 어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이브를 껴안고 쓰다듬으며 괜찮다고 말하는 일뿐이었다. 조금 후에 이브는 멀쩡해졌다. 나는 언니가 키우기 전의 이브를 모른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불안해 할지 생각해보면 가슴이 철렁한다. 새삼 내가 메리브를 얼마나 아끼는지 깨달았다.

애정을 가진 상대가 나에게 잘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자라지 않는 아이를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오히려 강아지들은 말을 알아들으니 한결 편하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는 그들을 아가처럼 상냥하게 배려하고 관심 가져 줬을까? 진짜 내 자식처럼 어화둥둥 키우지는 못해도 내가 전부인 생명체에게 내가 할 수 있을 만큼의, 최선을 다해서 관심과 사랑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P 글 : 송오영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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