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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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만

몇 달 동안 보이지 않던 김양이 나타났다. 날씬한 몸매가 꿈이라며 열심히 노력해서 원하던 체중에 도달했던 그녀가 5개월 만에 다시 외래를 방문하였다. 한 달 전부터 업무스트레스로 음식을 자제하지 못해서 다시 살이 쪘다고 하소연했다. 흔하게 보는 비만환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잘 유지하다가도 한 순간의 방심으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 버린 것이다.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살펴보면 19세 이상 성인 비만율이 30.8%로 성인 3명 가운데 1명은 비만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성별로는 남성의 비만율이 36.3%로 여자(24.8%)에 비해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남성의 경우 30대(42.3%), 40대(41.2%), 여성은 60대(43.3%), 70대(34.4%)의 비만율이 가장 높았다.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지만 이번 조사에서 에너지섭취량은 많고 신체활동은 적은 생활 습관과 상관관계가 있었다. 30~40대 남성의 에너지섭취량은 각각 영양섭취기준의 112.5%, 105.6%로 높았지만, 중등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은 23.6%, 23%로 낮은 편이었다. 60~70대 이상 여성의 중등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도 18.9%, 13.3%에 불과했다.

또 다른 건강증진과 질병예방에 필수적인 금연, 절주, 균형 잡힌 영양섭취 등도 점점 악화되었는데, 결국 남자들의 30-40대는 직장생활을 통한 회식, 음주 및 운동 부족의 원인이 가장 큰 것으로 생각된다.

비만인 사람은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혈증의 위험이 정상 체중인 사람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더불어 비만은 대장암, 유방암 등 암의 위험인자이기도 하다. 이렇게 위험한 비만을 치료할 명약은 과연 없는가? 신문, 잡지나 방송 등에서 다이어트나 운동 등을 통한 몸짱 만들기가 많은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회사들은 홍보를 위해 ‘살을 빼는 비장의 무기’가 있는 것처럼 늘 선전한다. 그러나 세상에서 먹는 것처럼 쉬운 살빼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살이 찌었다고 느끼면 자신의 하루 일을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저녁에 부서회식이 있어 1차로 술과 고기를 먹고, 이어서 2차까지 갔다가 집에 늦게 들어와 잤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 허겁지겁 세수만 마치고 밥도 먹지 못한 채 출근하였다.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먹고 오전 근무를 마치고 점심식사는 어제 먹은 술로 인해 해장이 필요하였다. 얼큰한 찌개로 속을 채우니 맘이 편안해지고 힘이 나는 것 같다. 퇴근 무렵 친구가 술 먹자고 전화 했지만 마누라 얼굴이 떠올라 집으로 향했다. 저녁 식사 후 TV를 보고 있는 데 ‘운동 좀 하라’는 마누라 소리가 들렸다. 얼른 서재로 들어가 컴퓨터 게임에 빠져 들었다. 밖에서 뭐라 떠드는 소리가 들렸으나 그대로 게임에 몰두, 취침시간이 늦어졌다.

이러한 생활이 계속 반복되면 결국에는 회식할 시간은 있는 데 운동을 할 시간은 없을뿐더러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모른 채 지나가게 된다. 그 결과 직장검진에서 지방간, 이상지혈증, 당뇨의심 같은 이상소견만 받아 들고 고민하게 된다.

살 빼려고 노력한 사람들이 모두나 느끼는 것이지만 결국은 평소에 주위에 누구와 생활을 하고 어떤 습관을 갖고 있는가가 결정적인 요소이다. 첫째로 집안 가족들 둘째로 직장동료들 셋째로 같이 어울리는 친구들. 살이 찐 많은 사람들은 앞서 예를 든 것처럼 비만이 되는 생활습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따라서 어린아이들의 경우에는 특히 비만이 되기 전부터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 살이 찌고 나면 다이어트에 관한 모든 방법들이 ‘어렵고 특별한 것’ 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초부터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으면 이런 비법들이 특별하지 않고 단지 평소 늘 하던 행동 중에 하나일 뿐이다.

비만은 어떻게 진단하는가? 가장 흔한 비만 진단법은 키와 몸무게를 가지고 진단하는 체질량지수이다.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로 진단한다. 이 수치가 25이상이면 비만(23이상이면 과체중)이고 더 쉬운 방법으로 허리둘레를 재서 남자는 90cm, 여자는 85cm이상이면 비만이다. 이 기준에 속하는 사람들은 오늘부터라도 잘못된 환경과 생활습관을 바꾸고 실천하도록 하자. 많이 먹거나 쉬는 것보다는 덜 먹고 움직이는 쪽으로.

그렇게 해서도 어려울 때 병원을 방문하면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아무래도 식욕이 참기 어렵다든지 탄수화물과 지방 섭취량이 많다든지 할 때는 얼마든지 도움을 받아서 체중을 줄이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비만은 잘못된 습관에 의한 만성질환이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어버린다.

글 : 유병연(건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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