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람의 서울나들이

개강하고 어느덧 세 번째 주말을 맞이하여 간만에 고향 서울에 가기로 하였다. 사실 바로 21일 월요일에 수시고사가 있어 집에 가는 것이 심적으로 부담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화창한 봄 날씨에 방구석에서 공부만 하는 것은 살며시 다가와준 봄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 했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차에 뭔가‘궁’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지하철을 타고 가족과 함께 간만에 도심 속 나들이를 떠났다.
봄이라고 하기엔 쌀쌀함을 넘어 춥기까지 했던 날씨가 긴팔에 얇은 외투하나 입으면 안성맞춤인 날씨가 되어 여기저기 다니기에 딱 좋았다.
사실 요즘에는 고속도로가 잘 나있어서 주말이면 충청권으로 가볍게 가족여행을 다녀오곤 했었지만 지하철을 타고 가족이 함께 나들이 가는 것은 오랜만이라 설레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초등학생 일 때, 상암 하늘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았던 기억이 마지막 인 것 같다. 아무튼! 들뜬 마음을 품고 신나게 놀러갔다.


덕수궁과 광화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2번 출구로 나와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보면 덕수궁 매표소가 보인다. 운이 좋게도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덕수궁 대한문에서 왕궁수문장교대식이 막 시작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하루에 3번 진행되어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3시 30분에만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왕궁수문장교대식은 처음 보았는데 의상과 그 절차가 사실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어 비장함까지 느껴졌다. 주변에 외국인 관광객이 꽤 많았는데 다들 멋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사실 잘 못 알아들었지만 그들이 지은 표정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수문장 교대식 종료 후에는 교대군이 퇴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관람객들이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 여러 명의 수문군과 함께 다양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운영되고 있었다.

교대식 마지막 장면 그대로 멈춰있는 분들 옆에 서서 찍으니 가만히 계실 줄 알았는데 옆으로 돌아 사진을 찍어 주셨다. 뭔가 민망하긴 했지만 언제 또 보나 싶어 여러 장 사진을 남겼다.
매표소에 표를 끊으러 가니 만 24세 미만인 자는 신분증을 제시하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이런 혜택이 있었는데 자주 안온 것이 아쉬웠다. 안으로 들어가니 나무, 돌과 흙 그리고 궁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자리를 잡고 있었다. 또한 건물마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 어떤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곳인지 안내표지판에 자세히 나와 있어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을 거니는 동안 따스한 햇살, 살랑살

랑 부는 바람 그리고 저마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니 내 마음도 평온하고 행복한 듯했다.
덕수궁에서 10분정도 돌담길을 따라 쭉 걷다보면 이순신 장군 동상이 우뚝 솟아있는 광화문광장이 보인다. 가는 길에 우연히 서울 시티투어 버스를 보았는데 상당히 이국적인 디자인의 버스여서 마치 런던에 와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보기엔 예뻤지만 좀 더 한국적인 미를 살렸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광화문 광장에 도착하게 되면 이순신 장군 동상, 세종대왕 동상 그리고 저 뒤로 광화문이 보인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더욱 빛이나 보였다. 광화문도 덕수궁과 마찬가지로 만 24세 미만인 자는 신분증을 제시하면 무료로 관람이 가능했다. 다만 5시 이후에는 입장이 불가하니 이점은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안으로 들어가니 한복을 입은 외국인, 단체 외국인 관광객들이 정말 많았다.
덕수궁, 광화문 모두 그 안으로 들어가면 뭔가 평온함과 안정감이 느껴졌다. 마치 내가 옛날 선비가 되어 길을 걷는 것 같다. 그래서 바쁘게 걷기 바쁘던 두 다리도 여유를 찾고, 앞만 보던 눈도 여기저기를 보면서 쉬는 듯 했다. 참으로 좋았다.


광장시장 

광화문에서 지하철로 2정거장, 택시를 타고 3500원이 채 안 나오는 이 곳은 광장시장이다. 요새는 마트나 백화점으로 장을 보러가는 일이 많아 시장에 굉장히 오랜만에 오는 느낌이었다. 느낌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도 그러하다. 시장 골목으로 들어서는 순간, 사람이 너무 많았다. 정말 너무 많았다. 당장 내 눈앞으로 걸어가는 사람 뒤통수가 겨우 보일 정도였다. 사실 키가 작아서 더 그랬을 수도 있지만 마치 출근시간 2호선 같은 느낌이었다.
이곳에는 육회, 빈대떡, 마약김밥 등 먹거리가 시장에 있는 사람 수 만큼 정말 많았다. 먼저 우리는 육회를 먹으러 갔다. 육회를 파는 곳이 골목을 따라 줄지어 있었고 사람들도 이를 먹기 위해 줄지어 서있었다. 운이 좋게도 바로 자리가 나서 바로 맛을 볼 수 있었다. 가격은 한 접시에 12,000원으로 육회의 가격치곤 저렴했다. 육회를 좋아한다면 한번쯤은 가서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육회를 맛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음은 빈대떡을 먹으러 갔다. 순이네 빈대떡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아버지 일화에 의하면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가도 줄이 길어서 못 먹는다고 한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줄이 너무 길어서 순이네는 포기하고, 다른 곳에서 파는 빈대떡을 먹으러 갔다. 사실 거의 시장에 모든 상인들이 판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여서 다른 가게를 찾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가게 앞에 보니 빈대떡을 바로 바로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 옆에 보니 마약김밥과 맛있어 보이는 떡볶이도 있어 배고픈 우리는 그 3가지를 모두 주문하여 먹었다.

뜨끈뜨끈한 빈대떡은 완전 취향저격이었다. 양념된 간장에 찍어먹으니 쫀득쫀득하고 짭조름하고 고소했다. 그리고 마약김밥은 단무지, 당근만 들어간 김밥인데 이를 겨자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다. 재료는 별게 안 들어가지만 뭐랄까 계속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맛이라고 표현하면 맞을 것 같다. 같이 시킨 떡볶이 국물에 찍어먹어도 맛있었다.시장에서 맛있게 먹고 원래는 야경을 보러 남산에 가려고 했으나 피곤하고 지쳐서 다음을 기약하고 집으로 향했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그렇다면 각 개인은 본인이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에 따라 가장 큰 가치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살아가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이다. 당장 나 자신의 하루를 들여다보아도 행복의 기준에 의한 시간투자에는 심각한 오류가 존재한다. 가족과 함께 있고 싶지만 겨우 주말에 어쩌다 한 번이 다이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싶지만 입을 꾹 닫고 공부나 과제를 하고 있으며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지만 하루가 다르게 점점 바빠지는 삶을 살고 있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오류가 가득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나와 다른 이들의 삶이 불행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가족, 친구와 함께 있는 시간은 줄었지만 그 대신 나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며, 여유는 없지만 바쁜 생활 속에서 무엇인가 해냈다라는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지금의 삶의 테두리 안에서 소소한 행복들을 느끼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이번 주말, 난 따스한 햇살이 비추고 살랑살랑 봄바람이 부는 기분 좋은 날씨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주말을 보냈다. 나의 행복한 삶의 기준에 가장 크게 부합하는 주말이었다. 주말이 끝나고 이 글을 작성하는 이곳에는 가족도 없고 여유도 없다. 그래도 지금, 여기에서 이 순간 나는 행복하다.

P 글 : 김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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