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눈뜨고 코베이는 놀음판… <프로듀스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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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눈뜨고 코베이는 놀음판…

<프로듀스101>

요 몇 달 모 케이블 방송사의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음악 및 오디션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내놓으며 굳은 입지를 다지고 있는 이 방송사가 새롭게 꺼낸 카드는 바로 걸그룹이었다. 오직 국민의 투표로 멤버가 결정된다는 이 걸그룹은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부터 중소 기획사 및 개인 연습생까지 총 101명의 여자 연습생들을 모집했다. 이미 아이돌 포화 시장인 방송계에, 그것도 전례 없는 대규모 인원의 연습생들이 등장한다는 소식에 네티즌들은 냉담한 반응이었다.
이처럼 방송 초기에 나왔던 우려와 달리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상승곡선을 그렸고 중독성 강한 대표곡 <Pick me>는 음악 차트 순위권에 단숨 오르기도 했다. 데뷔가 보장된 신생 걸그룹 멤버가 되기 위하여 테스트에 임하는 연습생들의 진심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된 것일까. 이전 경력으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던 몇몇 연습생뿐만 아니라, 뉴페이스로서 대중에게 제대로 얼굴 도장을 찍은 연습생도 허다했다.
이러한 인기의 근원은 기존에 봐 왔던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포맷에도 있다. 기존의 프로그램들은 심사위원의 역할이 막중한 반면에 시청자는 소외됐다. 적어도 시청자 투표가 참가자들의 생존 여부를 바로 결정짓지는 못했다. 이와 반대로 <프로듀스 101>은 시청자가 응원하고 싶은 연습생에게 직접 투표를 할 수 있으면서도 이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여러 점수를 종합해 최종 등수를 매긴다. 그중 상위권에 드는 오직 11명의 연습생들만 최종 멤버로 발탁되는 것이다.
하지만 101명이란 ‘소녀’연습생들의 실력과 매력을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방송 시간 탓에 대중에게 단편적인 모습만 비춰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투표 결과는 인기 순위로 변질돼 버렸고 이 과정에서 프로그램은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웠다. 언뜻 보기에 시청자가 멤버 결정권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연습생들의 등수를 결정짓는 과정에서 일어난 논란은 순위의 정당성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이른바 악마의 편집에서 특정 인물 편애설까지 돌았으며 심지어 방영분과 온라인 업로드 영상분이 다르기도 했다.
또한 출범 당시부터 소녀라는 타이틀을 강력히 내세웠던 만큼 중·고등학생 출연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시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현존 걸그룹의 평균 나이가 점차 낮아지고 있으니 이를 고려한 기획으로 보이지만. 연장자 연습생 등장 초반부터 나이를 계속해서 언급하며 걸그룹을 꿈꾸는 연습생들에게 마치 나이가 엄청난 결점이라도 되는 양 연출하는 태도는 순위·센터 강조와는 또 다른 서열화를 조장하는 듯 보였다. 철저히 짜여진 틀 안에 들어가 주어진 임무를 완벽히 소화할 수 있는 걸그룹 멤버가 되려면 연령이 참 중요한가 보다.
여느 프로그램들과 같이 문제는 프로그램 제작 방향이 기획 의도에 맞지 않게 흘러가고 말았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국민 투표라는 가림막을 만들어 프로그램에 공정성을 부여했다. 어찌 됐든 보이지 않는 차별을 교묘하게 감춘 것은 사실이다. 무대에서 실수한 연습생 A양은 졸지에 과한 욕심을 부린 독단자로, 팀원을 독려하던 B양은 성격 좋고 공손하기까지 한 천사표 연습생이 되는 게 일순간이었다.
예비 걸그룹이기 이전에 유명인이므로 이미지 메이킹이 어느 정도 필요할 수밖에 없다. 허나 대중에게 보여질 연습생들의 모습을 제작진이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 편집적인 측면에서 담당자의 주관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제작진이 됐든 편집자가 됐든 많은 인원을 데리고 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특정 인물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출 수는 없는 것이다. 방송사에 비해 연습생들이 가진 힘은 턱없이 부족하다. 터무니없는 몰래카메라로 그들의 인성을 판가름하고, 한순간의 실수로 이들의 실력을 판별하게끔 조장하는 방송은 출연자의 팬이 아닌 사람마저 불편하게 만들곤 한다. 대중과 팬덤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이들의 취향과 요구에 대응하는 방송을 만들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프로듀스 101>을 계기로 차기 방송에서는 보다 정당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길 바란다.

P 글 :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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