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대체 몇 달 만인지, 아니 몇 년 만인가?
어디로 갈까 생각하던 중 전주로 떠나기로 했다. 여행을 간다는 소식에 너무 들떠 잠도 제대로 못자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채로 고고!
하.지.만.
밖에는 비가 주르륵 내리고 있었다. ‘분명 이건 꿈일거야’라고 믿고 싶지만 현실은 비가 요란하게 내렸다. 진짜 굿을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필자가 여행을 떠날 때면 늘 비는 짝꿍처럼 쫓아다니는 것 같다. 비야, 제발 나 좀 놔줘…

차에 몸을 실고 전주로 향했다. 오는 내내 흐릿하기만 했는데 도대체 전주는 왜 비가 올까?
비도 오는데 전주 한옥마을을 가려는 사람은 어찌나 많은지 차까지 막혀 1시간동안 헤매다가 겨우 도착했다. 길가에다 차를 세워놓고 우산을 쓰며 제대로 된 전주 여행을 하기로 했다.

전주를 4번째 오는 거지만 맨날 가는 곳은 한옥마을이다. 한옥마을을 갈 때마다 나는 다 둘러보고 왔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닌가보다. 이번에는 비가 오는 날이라 그런지 색다르다. 사람들이 북적 북적거리는 곳으로 들어갈수록 어느샌가 비는 그치고 더 이상 우산을 쓸 필요가 없어졌다. 너무 배고파 모정 꽈배기를 사들고 먹으면서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한옥이 어찌나 예쁘던지! 글로벌 시대라고 해서 세계만을 볼 게 아니라, 기회가 된다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면모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 한걸음씩 움직일 때마다 맛있는 군것질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문꼬치, 길거리아, 치즈구이, 비빔밥 와플 등, 결국 식욕을 못 이기고 줄을 서서 먹방의 끝판왕을 찍었다. 너무 만족스러웠다.

전주에 오면 꼭                          를 해야 한다.

전주에 오면 이걸 꼭 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한복입기! 엄마와 아빠 모두 비도 왔는데 한복을 입으면 끌려서 더러워지지 않겠냐고 나중에 날 좋을 때 다시 와서 입자고 했다. 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이 입은 한복을 보더니 “예쁘다”, “지금 아니면 언제 입겠어?” 하시면서 한복집으로 들어갔다. 엄마와 함께 옷걸이 걸려 있는 가장 예쁜 한복을 골라 입고 나왔다. 아빠도 주인 언니가 추천 해주는 옷을 입고 나왔는데 역시…

우리 셋은 한복을 입고 제일 먼저 전동성당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전주에 오면 꼭 사진을 찍어야 하는 명소라서 그런지 역시나 사람이 많았다. 심지어 늦은 시간이라 문도 닫혀서 그 앞에서 겨우 사진을 찍었다. 삼각대나 셀카봉이 없는 우리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한 커플이 와서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족사진 찍은 이후에 엄마 아빠와 같이 사진 찍은 것은 오랜만인 것 같다.
전동성당 앞에 골목길이 하나있었다. 가지 못했던 곳이기에 자연스레 거기로 향했다. 에그타르트와 카페 같은 곳이 줄지어 있었다. 맛있는 디저트 보니 침이 주르륵. 그냥 질러!! 결국 에그타르트를 사버렸다. 우리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파리바게트에서 파는 것과는 급이 다르다. 오리지널로 먹었기에 그 상태 그대로의 맛을 음미할 수 있었고 맛은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하고 깔끔한 맛이었다. 진짜 최고다. 대만 카스테라처럼 일정한 시간대에 바로 구워서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욱 찾아드는 것 같다.
안으로 더 들어가 보니 예쁜 음식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통유리로 되어 있어 더 시선을 끌었다. 유리로 비친 모습을 보면서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사진 찰칵! 누가 20대 딸이 있는 아줌마라고 생각하겠는가. 너무 예쁜 모습을 하고 있어 필자도 모르게 엄마가 아닌 언니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다.
다음 사진 스팟은 경기전이다. 역시 문은 닫혀있었다. 매번 전주에 올 때마다 가지 못했던 곳 중에 하나이다. 입장료를 따로 내고 들어가야 하기에 돈이 많지 않은 필자로서는 좀 멀리하게 되었다. 다음번에 왔을 때에는 돈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꼭 들어갈 것이다. 아쉬운 대로 경기전 벽면을 따라 걸었다. 문득 하늘을 바라보니 먹구름이 있어야 할 자리에 깨끗해진 구름이 자리 잡고 있었다. 딱 마침 노을도 지고 있어 마음에 쏙 들었다.

한복을 반납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원래 입고 왔던 옷으로 갈아입고 놀고 나니 배가 출출하다는 아빠의 말에 따라 우리는 배테랑 칼국수를 먹기로 했다. 요즘 페이스북에서 많이 올라와서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인기가 많아서 당연히 오래 기다릴 줄 알았는데 바로 들어갔다. 밖과 다르게 안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꼭 시장 안과 같은 분위기였다. 들어오자마자 1초의 고민도 없이 칼국수 2개와 만두를 주문했다. 여기는 음식을 먹고 식후 결제가 아니라 선결제 방식이기에 주의 바란다.(웃음) 얼마 안 되서 만두와 칼국수가 상 위에 앉기 시작했다.만두는 당면만두인데 만두피도 얇아 가볍게 먹기에는 좋다. 이 집의 메인인 칼국수는 풀어진 달걀과 고춧가루, 들깨가루, 김이 듬뿍듬뿍 들어가 있었다. 들깨가루가 들어가 있어 더 고소하고 걸쭉하며 맛있었다. 필자는 들깨가루를 좋아하지만 맑고 깨끗한 국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싫어할 수 있을 것 같다. 심지어 주인아주머니의 인심덕에 양도 그릇 가득했다. 숟가락에 면 한 젓가락 올리고 그 위에 시원하고 아삭한 깍두기 하나를 얹어 호로록 하면 존맛탱이다. (세상을 넘나드는 기분이 든다.) 전주 여행을 한다면 꼭 한번 들려보길 바란다

필자는 비 오는 날에 여행하는 걸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진을 찍어도 어두컴컴하고 우산을 들어야 해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비 오는 날 전주 여행은 괜찮은 것 같다. 비온 뒤 맑게 갠 하늘과 한복의 조합은 날씨 좋은 날에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것과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덥지도 않고 약간의 선선함을 느끼며 여행을 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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