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보다 더 무서운 대학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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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대학에서는 강압적 분위기, 음주,강요, 기합, 구타 등과 같은 각종 사건 사고들이 일어나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신입생들에게 오물 막걸리를 뿌리거나 유사성행위 묘사, 성추행에 가까운 게임을 하는 등 인격모독에 가까운 대학군기의 실체가 SNS를 통해 퍼지면서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는 일이 일어났다. 대학군기로 논란이 커진 해당 대학교와 학생들은 “해마다 이어져 내려온 연례행사이다”, “액땜이다”, “다 잘되라는 의미였다” 라는 얘기들로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반성보다는 가혹행위를 관행으로 포장하는 변명으로 상황을 모면하려고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대학 내에도 대학군기가 존재하는가?


대학군기 어디서 시작 되었는가

대학군기란 대학 내에서의 문제 해결을 위해 위계질서를 잡는 행동이 너무 지나쳐서 피해자에게 물적 정신적 피해를 입히거나 공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사적인 부분까지 위계질서를 강요하는 등 안 좋은 방향으로 변질되는 행위를 말한다. 이런 대학군기가 생기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의견들이 있다.
첫 번째 의견으로는 군대 문화가 원인이라는 의견이 있다. 대한민국은 징병제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남성들이 군대에서 권위주의와 계급 사회를 경험하는데, 이 중 현역생활을 마친 일부 남성들이 군대에서 배워온 폭력적이고 집단주의적인 행위를 대학에서 강제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의견은 동조와 복종에 대한 심리학적 본성이라는 의견이 있다. 1971년에 필립 짐바르도 교수가 실시한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이 이를 뒷받침 해주는데, 권위를 갖춘 사람이 비이상적이거나 공격적인 명령을내리면 의문을 품지 않고 그대로 시행해 피해자를 괴롭히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세 번째 의견은 대학군기를 부림으로써 강한 희열을 느끼게 된다는 의견이 있다. 한사람이 다른 사람을 때리거나 벌을 주는 행위를 해도 그것이 정당하다고 인정을 받으면‘ 다른 사람들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어 타인을때리거나 괴롭히면서 쾌락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대학군기, 겪어본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대학에서 대학군기를 겪어본 학우들에게 심층적인 의견을 듣기 위해 축제기간이었던 지난 5월 11일부터 13일까지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활용하여 익명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Q1. 대학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1. 매우 부정적이다. 대학은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곳이기 때문에 구속받는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후배의 개념은 있어야 하지만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선후배 개념을 입력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학은교육받는 곳이지 계급사회가 아니다. 학생은학생이라는 동등한 신분을 가지고 있고, 학번이 계급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A2. 나는 이런 군기들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배들의 말도 안 되는 이상한 논리때문에 후배들이 입학한지 몇 주도 되지 않아 혼나고 스트레스 받는 게 이해가 안 된다.

Q2. 어떠한 방식으로 경험했는가?
A1. 성년의 날을 축하한답시고 기합을 받은 적도 있었다. 성년의 날 때 성인이 된 걸 축하한다고 얼차려를 받고 끝나고선 밀가루, 케첩, 돈가스 소스 등을 신입생들에게 뿌렸다.
A2. 본인이 해당하는 학과 운동경기가 있으면 이유를 막론하고 무조건 나가서 응원을 해야 했다.응원가 역시 강제로 외워야했고 다외우지 못하면 집에 가지 못한다는 등의 협박을 당했다. 응원소리가 작으면 선배들이 욕을 했고 끝나고 나서 또 얼차려를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관심 없는 운동경기를 강제로 지켜보며 응원했다.

Q3. 이를 경험할 당시의 기분은 어떠했는가?
A1. 학과 공부와 교우관계에 즐거움을 느꼈지만 이런 군기를 경험하니 내가 왜 재수까지하며 이런 부당한 행위를 당해야 하나 싶었다.
A2. 기분이 매우 안 좋았다. 내가 왜 욕 등의 안 좋은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고 설사 내가 잘못했다 하더라도 신입생이기에 실수 할 수도 있는 건데 그걸 왜 하나하나 훈육하듯이 혼내고 욕하는지 짜증이 났다.

Q4. 이러한 문화가 왜 생겼다고 생각하는가?
A1. 군기가 존재하지 않으면 학교의 질서가 무너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러한 생각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학교의 질서는 그런 식으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 군기를 잡지 않아도 학교는 잘 돌아간다. 무수히 많은 군기 없는 다른 학교들을 보자. 그 학교 어느 학생이‘ 우리대학은 군기 문화가 없어서 후배들이 기어올라’ 라고 하는가? 학교의 질서는 이러한 군기 문화로 바로잡는 것이 아니다.

Q5. 이를 극복하기 위해 취했던 노력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노력이 있었는가?
A1. 비록 익명의 힘 뒤에 숨었지만, 페이스북에 글도 올리고 이렇게 인터뷰에 호소하기도 하였다. 사실 시사프로그램에도 제보한 적이 있었지만 방송에는 나오지는 않았다.
A2. 극복하기 위해서 교수님께도 말씀드려봤지만 선배 말 잘 들어라는 말뿐이었다. 해서 과에서 실세라고 분류되는 선배들과 친해져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끔 만들었다.


대학군기 얼마나, 어떻게 존재할까

우리대학은 대학군기가 얼마나 존재하는지와 대학군기내용에 대한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12일 논산창의융합캠퍼스와 대전메디컬캠퍼스 남학우 48명, 여학우 52명을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Q1. 자신의 학과에 군기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학군기가 있다는 의견은 52%였고, 대학군기가 없다는 의견은 48%였다. 이를 통해 아직까지도 다수의 학과에서 군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군기가 있다고 답한 48%의 학우들은 군기의 심각성에 대해 묻는 질문에 보통이다고 48%가 답했고, 별로 심각하지 않다고 답변해준 학우 31%가 뒤를 이었다. 또한, 매우 심각하다고 답변한 학우 2%가 존재했다.
Q2. 어느 부분에서 군기가 존재하는가?
군기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인사가 69%로 응답이 가장 많았고, 집합이 23%로 뒤를 이었다. 그 외에는 술자리 6%, 예절 2%로 나머지를 차지했다.
Q3. 대학군기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학군기가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에는 보통이다고 답한 의견이 38%로 가장 많았다. 그뒤를 이어 별로 필요없다와 전혀 필요없다가 21%를 차지하였고, 필요하다는 의견이 19%, 매우 필요하다는 의견이 1%를 차지하였다. 필요없다 라고 답변을 한 익명의 학우는‘ 엠티, 방돌이, 반야산에서 오리걸음, 예비역 신고식 등 주로 본인이 직접 당했거나 주변에서 당하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에 없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남겼다. 또 다른 익명의 학우는 ‘대학군기처럼 말도 안되는 게 아니라 선 후배 간의 예절이 필요하다, 필요하지만 충분히 그 이유를 설명해주어야 한다, 없어져야 할 필요성은 있지만 아예 없어지면 과 분위기가 흐트러질 것이다’라는 의견을 남겼다.


대학군기, 잡을 대책은 있는가

갈수록 심해지는 대학군기가 주로 이루어지는 대학MT 등 학교행사에 대한 대책으로 교육부는 2015년 5월 14일‘ 대학교 학교행사 안전관리대책’을 발표하고 행사는 되도록 하루 안에 끝내거나 이틀 이상을 진행할 때에는 책임자를 지정하도록 하였다.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교 학교행사 안전관리대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보건진료소를 활용하여 입학 전 오리엔테이션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시한다. 둘째, 학생회를 통해 안전문화가 확산될수 있도록 음주예법 지도와 우수사례를 발표하여 행·재정적 지원을 한다. 셋째, 대학생이 자주 이용하는 엠티 시설에 대한 특별안전 점검을 실시한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러한 대책들은 실상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있으며, 대학군기에피해를 입는 힘없는 학생들을 여전히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제도적 장치가 아닌 학생들 스스로의 인식 개선을 통한 문제의 해결만이 수직관계에서 내려오는 강압적인 위계를 깨뜨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기자시선

매년 신학기가 되면 SNS와 방송매체를 통해 대학군기 피해자들의 제보와 어느 대학의 어느 과에서 가혹행위가 이루어졌는지 속속히 제보된다. 필자는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우리대학에서도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가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취재를 시작했다. 우리대학의 실상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뷰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학우들의 의견, 가혹 행위 경험담, 대학군기 목격담을 들을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내용은 ‘성년의 날, 오물 투척사건’이었다. 제보자에게 해당 사건을 전해들은 당시, 겨우 나이가 한두살 많은 사람들이 선배라는 지위에서 행하기에는 너무나도 철없는 행동이 우리대학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에서 쉽게 헤어나올 수 없었다.
필자는 취재 도중 대학군기의 실상을 직접 본 경험이 있다. 선행화학사 뒤편에서 서너 명의 선배가 행사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열댓 명의 후배들을 데려왔던 것이다. 모두 두 손을 가지런히 앞으로 모아놓고 일렬로 나란히 서서 선배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굳이 으슥한 곳에서 분위기를 잡으면서까지 해야 할 말은 아닌데 말이다.
일상 속에서도 드물게 확인할 수 있는 대학 군기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 지속될 수 있던 이유에 대해 성찰과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학업, 취업문제로 항상 바쁘고 지쳐있는 대학생들이 본인이 속한 곳에 부당함을 느껴 직접적으로 선배들에게 저항하기에는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절대 가볍지 않다. 하지만 감당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도 깨어있는 대학생이라면 남들과는 다르게 행동해야한다.

본인이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으면, 비판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동기들 혹은 불합리한 처우를 받고 있는 이들과 힘을 합쳐 집단에서 집단으로 세습되는 거대한 대학군기라는 틀에 저항하라. 20년간 사회에서 자율성을 학습해온 당신에게 선후배 사이를 서열화 하기 위한 대학군기는 아무런 목적도 없는 방해물일 뿐이다. 당신은 잘못된 규칙임을 알면서도 따르는 대학생인가. 아니면 저항하는 대학생인가?

P 글 : 김고은 기자,
권정하, 박건휘, 신다희, 이재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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