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열치열! 대구여행!”

대구로 BGM. 쿨의 해변의 여인

대학에 입학해서 처음 맞는 여름방학이다. 유독 올해는 추위가 빨리 지나가고 더위도 빨리 시작했다. 이 무더위를 어떻게 이겨야 되나 생각하다가 어른들이 많이 사용하는 ‘이열치열’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우리나라에는 전통적으로 복날이 되면 삼계탕을 찾는 경향이 있다. ‘삼계탕’으로 오래 전부터 우리 선조들은 뜨거운 음식을 통해 몸을 따뜻하게 데워 신체의 온도와 바깥 온도를 맞추고자 했다. 필자도 이처럼 더위를 극복하기 위해 ‘대프리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가장 더운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근대화의 여행

기차에서 딱 내리자마자 너무 뜨거웠다. 이래서 사람들이 ‘대프리카’라고 부르나 보다. 다행히도 날씨가 너무 좋아서 여행하기에는 적합했다. 지하철을 타고 내려서 골목길로 들어갔더니 ‘근대화의 여행’이라는 조형물을 볼 수 있었다. 골목골목을 걸으면서 역사적이며 아날로그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한 감성을 좋아하는 필자는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었음에도 여행하는 내내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근대화 골목을 거닐면서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었다. 바닥과 벽 중간중간에 길이 표시되어 있는데도 잘 몰라서 근처에 있는 부동산에 들어가서 길을 물어봤다. 중개인이 “학생, 나는 길을 알려주지 않아. 알려주면 그건 공부가 아니지.”라고 말했다. 보통은 길을 물어보면 알려주는데, 알려주지도 않고 스스로 길을 찾아야 되는 상황에서 제대로 동기부여가 되어 진정한 뚜벅이 여행이 시작되었다. 바닥과 벽 중간 중간에 길이 표시되어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지만 필자와 같은 길치라면 큰 건물 하나만 찾으면 된다. 다 거기에 모여 있으니 발길이 닿는 대로 가면 OK!

     삼송빵집

우리나라에는 지역별로 유명한 빵집이 있다. 서울의 태극당, 대전의 성심당, 군산의 이성당, 광주의 궁전제과 그리고 대구의 삼송빵집이다. 밥보다 빵! 빵을 좋아하는 필자는 대구까지 왔는데 삼송빵집을 가지 않는다면 빵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동성로에 위치한 본점을 직접 찾아갔다. 길을 잘 몰라서 처음에는 엄청 헤맸지만 가로등마다 달려있는 도로명주소를 하나하나 보면서 찾으니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대구에서 유명하다보니 강남에 있는 쉑쉑버거처럼 길게 줄서서 먹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사람들이 많지 않아 금방 가게 안에 들어가서 통옥수수빵 일명 마약빵을 살 수 있었다. 빵 위에는 달달한 소보루가 있고 반을 갈라보니 옥수수콘이 가득했다. 옥수수를 그대로 넣어서 그런지 씹는 맛이 있고 단맛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부드럽게 넘어가는 맛이기도 했다. 또한 우유랑 같이 먹으면 정말 금상첨화일 것 같다. 먹는 사람에 따라 약간의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옥수수를 꺼려하는 필자조차도 계속 찾게 되는 빵이었다.

     계산성당

3·1운동길을 내려 오다보면 묘한 아우라를 뿜고 있는 성당 하나가 눈에 띌 것이다. 우리나라의 3대 성당 중 하나이자 대구의 가볼만한 곳으로 손꼽히는 계산성당이다. 대구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서양식 건축물임과 동시에 대구에서 유일한 1900년대 성당 건축물이기도 하다. 고딕 양식으로 우뚝 솟은 쌍탑이 특징으로 고풍스러운 내부와 건축물이 아름다워 100여 년의 긴 전통으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런 때문인지 필자도 보자마자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겉만 봐도 이렇게 넋을 놓게 되는데 직접 안에 들어가 보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아쉽게도 미사시간과 겹치지 않아 내부를 볼 수가 없었다. 외부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내부에 한 번 더 반하고 싶으면 미사시간에 맞춰서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3.1운동길 (90계단)     

계명대학교 동신의료원에서 앞으로 쭉 걷다보면 근대화 골목의 시작을 알리는 번호와 3·1운동길 표지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계단 앞에 서서 ‘여길 언제 다 내려가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하지만 괜한 근심이었다. 운 좋게도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관광해설사를 만났다.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내려가니 31운동의 모습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이 먹먹했다. 당시 학생들이 일본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상인으로 위장하고 비밀통로 역할로 한 이 길을 통해서 약속장소로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일본의 감시가 얼마나 심했으면 그 어린 학생들이 위장까지 하고 거기를 갔을까. 비록 좁고 보잘 것 없는 언덕길이지만, 우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었다. 좌우 벽에는 1900년대 초에 촬영되었던 대구 중심의 모습과 31운동에 관련된 사진들이 설명과 함께 설치해 놓았다. 천천히 언덕을 내려가며, 이 사진과 글을 읽고 있으니까 마치 내가 그 시대로 되돌아 가 만세운동을 하고 일본에 저항하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지난번 여행박람회에 참석하였을 때, 우연히 대구 지역부스에서 김광석 거리 포토존을 본 적이 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직접 대구에 가서 김광석 거리를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드디어 현실로 이루어졌다.

이 곳은 故김광석이 살았던 대봉동 방천시장 인근 골목에 그의 삶과 음악을 테마로 조성한 벽화거리라고 한다. 벽면을 따라 걷다보면 김광석 그의 조형물과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김광석, 기타를 치는 김광석, 포장마차에 국수를 말아주는 김광석 등을 볼 수 있으며 골목의 벽마다 그의 모습과 노래 가사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벽화에 그려져 있다. 필자 역시 그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또한 발걸음을 움직일 때마다 그의 노래가 울려 퍼져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면서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골목 안쪽을 따라 걸어가면서 김광석을 모티브로 그린 벽화를 보노라면 그의 노래가 왜 지금까지 많은 팬들을 사로잡았는지, 대구에 오면 꼭 들려야 할 곳 중에 하나로 뽑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팁을 주자면, 매년 가을에 방천시장과 동성로 일대에서 ‘김광석 노래 부르기 경연대회’를 개최하여 故김광석을 추억하고 있다고 하니 이번 가을에 대구에 와서 참여한다면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P 글 / 권정하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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