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한 번 봄이 찾아왔다. 대학에 입학해서 맞는 2번째 봄, 그리고 2번째 맡는 청춘의 향기다. 우리대학 캠퍼스 여기저기에도 꽃이 폈고, 학생들도 예쁘게 찾아온 봄에 환호하며 부끄러운 듯 사진을 찍는 모습에 ‘청춘’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여유를 즐길 줄 아는 모습이 참 예뻤다.
화창한 날씨, 한껏 차려입은 여학생들, 꽃을 찍으려는 뒷모습과 꽃에 파묻혀 해맑게 웃고 있는 학생들. 이런 청춘들을 눈에 미쳐 다 담지 못하고 수업을 들어가야 하는 하루하루가 안타까웠다. 이런 기분을 하루 온종일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에 일명 ‘봄-따라, 꽃-따라’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공세리성당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이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는 공세리성당. 그 높은 명성답게 이곳은 <미남이시네요>, <태극기 휘날리며> 등 수많은 드라마, 영화, CF의 촬영 장소가 되곤 했다.
온갖 기대 속에 실제로 본 공세리성당은 역시. 그 명성이 부끄럽지 않았다.
한참을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웅장했지만 ‘거대하다’는 표현보단 ‘우아하다’, ‘기품 있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렸다. 위엄이 있되 부드러운 왕비의 모습이었다.
여리한 살구 색을 띄고 있는 몸체는 봄과 잘 어울렸고 새하얀 띠를 둘러싸고 있어 아름다움 을 더했다.
성당을 에워싸고 있는 오래된 나무에도 꽃이 하나둘씩 피고 있어 분홍분홍한 봄의 분위기가 물씬 났다. 성당과 새하얀 꽃이 어우러진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을 보고 있는 듯 했다.
이런 분위기를 오래도록 기억하려고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아기 엄마가 아기의 모습을 담으려 여기저기 쫓아다니면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다. 살랑살랑한 봄바람에 아기엄마의 치마가 휘날리고 앙증맞게 몸을 들썩이는 아기의 모습. 그 순간 그 자체가 그림 같아서 새로운 세상에 놀러온 듯 환상적이었다.
성당 내부는 미사를 지내는 곳이기에 사진 촬영이 불가했는데 일요일에 방문하면 실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일요일의 공세리성당은 고풍스러운 외관과 미사의 경건한 공기가 만나 성당 특유의 분위기가 더욱 커져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설립된 지 100여년이나 지났지만 아직껏 세련된 공세리성당은 300여년 된 나무와 함께 여전히 그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다.

지중해마을

대한민국의 작은 유럽. 버스에서 내려 지중해 마을로 걸어가는 순간 다른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하얀 건물과 새파란 지붕이 청량한 느낌을 준다. 순수하고 맑은 느낌이다.
이곳의 가장 큰 포인트는 ‘여유’인데, 이곳에서는 여유가 절로 느껴진다.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 것만 같은 이 마을에는 실제 예술계통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이곳에서는 길거리 공연 관람은 물론, 다양한 예술 체험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지중해마을의 탄생배경을 알아보자면 아산 탕정면에 LCD산업단지가 개발되면서 원래 거주하던 주민 66명이 탕정에 끝까지 남기위해 조성한 마을이 바로 이곳이다.
내 눈길을 끌었던 건 삐에로 아저씨 뒤로 쪼르르 줄지어 서있던 귀여운 꼬마들이었다. 동심의 세계로 온 듯 삐에로 아저씨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풍선아트로 꽃다발과 칼, 강아지 등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길을 지나다니는 아이들마다 풍선을 가지고 좋아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자신의 차례는 언제쯤 오나 초롱초롱한 눈으로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은 심장이 쿵! 하고 아플 정도로 귀여웠다.
사실 지중해마을은 사전 조사 중에 마을에 주차된 차들 때문에 경관이 소문만큼 예쁘지 않다, 규모가 너무 작다 등의 실망스러운 평들이 많아 걱정스러웠는데 지중해마을 건물 그 자체보다는 풍기는 분위기가 즐길 수 있는 요소라고 말하고 싶다.
건물보다는 건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표정, 아이들의 티 없는 미소, 예술품을 전시해놓은 가게들, 사람들의 느린 발걸음, 아기자기한 가게 이름, 군데군데 놓여있는 의자들 등 바쁜 일상에 지쳐가는 현대인들에게 ‘여유’를 선물하기에 더 없이 좋은 장소이다.신정호

신정호는 관광 명소라기보다는 아산인들의 쉼터에 가깝다. 신정호에 도착하자마자 지글지글 굽고 있는 고기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이곳은 취사가 가능해 주말에 가족단위로 놀러와 여가를 즐기기에 적합하다. 뿐만 아니라 아빠와 아들이 연을 날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 모습은 내가 초등학생 이후 근 10년 만에 처음으로 본 모습이라 감동스러웠다. 점점 잃어가고 있다고 느꼈던 동심을 다시 찾은 듯해서 행복했다. 내가 본 신정호는 ‘야외활동의 정석’이었다.
그리고 이곳에는 놀랍게도 동물이 살고 있다. 양, 토끼, 염소 등이 살고 있어 단순한 공원이지만 볼거리를 풍성하게 한다. 나는 느지막하게 도착해서 자고 있는 몇몇 동물들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그렇게 여유롭게 동물도 보고, 꽃도 보고, 풍경도 보며 산책을 하다 보니 어둑해진 산책로에도 불이 켜졌다. 산책로에 불이 켜지니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해 연인들이 산책하기에 딱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산책로는 물론 배, 기차에도 불빛이 켜져 옥상에서 야경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잔잔하게 물이 흐르는 호수에도 빛이 비춰 물과 어우러져 고즈넉한 느낌을 주었다.
가족끼리도, 연인끼리도 오기 좋은 이곳은 모두가 쉬어갈 수 있는 힐링의 장소이다. 지친 여행의 끝에 이곳으로 와 마지막 힐링을 한다면 정말 금상첨화이다.
아산 여행의 마지막코스로, 신정호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

마무리  사실 자가용이 아닌 대중교통으로 다녔기 때문에 이동시간이 여행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빡빡한 일정에 버스에서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다. 다음 여행지로 이동하기 위해선 30분씩은 기본으로 소비하기에 아산여행은 자가용으로 다니기에 적합한 곳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이 여행이 가치 있는 것은 그만한 대가를 톡톡히 해내기 때문이 아닐까. 봄을 온몸으로 느끼길 원했고 꽃을 두 눈에 담길 원했다. 그리고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
사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린 시절 느꼈던 수많은 감정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항상 슬펐는데 그 감정을, 동심을 다시금 되찾은 여행이 된 것 같아서 행복했다. 따뜻하고, 소중했던 어린 시절의 그 기억들을 떠올리는 마음이 행복한 여행이었다.
내가 절실히 느낀 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지. 그 여유의 정도에 따라 삶의 가치가 얼마나 변화하는지. 그리고 매년 봄을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행복한지 알게 되었다.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여행이라는 말은 바로 이런 감정에서 비롯된 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오늘 느낀 이 감정들은 어린 시절 잊어가던 감정들과 다르게 잊지 않고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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