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서 간단한 아침식사 후 버스에 올라탔다. 숙소에서 버스로 약 10분가량 이동해서 도착한 곳은 호치민시에 있는 전쟁박물관이었다. 검문소 같이 생긴 입구에서 가슴에 스티커 벳지를 붙이고 입장할 수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헬리콥터와 전투기들로 인해 마음속으로 ‘멋지다’라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 이외에도 뒤뜰엔 무기와 차량들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 모든 것이 전쟁에서 실제로 사용되었던 것들이라고 하니 더욱 놀라웠다.

전시되있는 전투기들을 보면서 천천히 박물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사진 전시관에 들어가서 첫 사진을 보자마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이 베트남에게 행했던 악행과 그로 인해 아직도 고통 받는 이들의 사진들이 적나라하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로 소위 베트콩들을 잡는다는 명분하에 네이팜탄이라는 사용 금지된 무기까지 미국이 사용하였다고 한다. 위에 사진은 민간인 아이들이 네이팜탄을 맞고 도망쳐 나오는 사진이다.

또한 강력한 제초제인 고엽제로 인해 고통을 받는 이들의 사진도 있었다. 로비에서 일하고 계시는 분들 중 몇 분은 몸에 약간의 장애가 있으셨는데 이분들 모두 고엽제 피해자의 2세라고 한다. 가이드분의 말씀에 따르면 전쟁 참전국이었던 우리나라에도 많은 피해자와 2차피해자가 있다고 하셨다.

전쟁박물관은 상대국에 대한 원망이 아닌 전쟁이란 얼마나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가에 대해 방문객들에게 느끼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나 역시 이런 사진들과 애기를 들으니 과연 베트남 전쟁은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전쟁박물관을 견학한 후 버스에 탑승하여 곧장 구찌터널로 이동했다. 전날 밤 잠을 잘 자지 못해서 많이 피곤했던 탓에 이동 중 잠이 들었다. 잠을 자느라 바깥 풍경을 보지 못한 탓에 시내에서 갑자기 산골로 바뀐 풍경에 처음엔 당황을 했다.

구찌터널에 도착해서 처음 발을 디디자마자 생각한건 땅이 참 단단하다는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이는 구찌터널 주변의 지질특성이라고 하는데 그 때문에 전쟁당시 미군의 폭격에도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밀림 속을 약간 걸어 들어가 처음으로 체험하게 된 것은 터널의 입구였다. 터널의 입구는 위치를 가르쳐 주지 않으면 찾기 힘들 정도로 꼼꼼히 위장이 되어있었다. A4용지 보다 약간 더 큰 판자에 나뭇잎까지 쌓아놓으니 더욱 감쪽같았다. 미군 대대장 초소의 책상 밑에 입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찾지 못했다고 하니 직접보지 않아도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후 터널에 직접 들어가 보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들어갈 수 있는 터널은 관광객들을 위해 너비를 1.5배 늘렸다고 해서 자신 있게 들어갔지만 직접 들어가 보니 일단 허리랑 어깨를 펼 수 없었고 오리걸음으로 움직여야 했다. 더욱이 베트남의 더운 날씨 속에 좁은 지하에서 움직이니 숨은 쉬기 어렵고 땀은 비 오듯이 쏟아졌다. 이 속에서 나라를 지켜야 된다는 일념 하나로 생활했을 베트남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구찌터널에서 가장 크게 놀란 점은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로지 삽과 호미, 손을 이용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파낸 흙을 바로 옆에 두는 것이 아니라 터널 입구의 위치를 숨기기 위해 여자들이 강까지 옮겨서 버렸다고 한다. 가이드 분을 통해 내가 들어갔던 작은 터널이 전부가 아니라 총 길이 250km에 달하는 거대한 터널임을 알게 되면서 베트남 사람들이 나라를 위해 흘린 피와 땀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다음날 호치민에 있는 사이공 스퀘어라는 곳으로 쇼핑을 갔다. 사이공 스퀘어는 소위 짝퉁만을 파는 곳이다. 이곳에서 파는 모든 물건은 진짜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사이공 스퀘어를 무시하고 쇼핑을 왔다면 큰 코 다칠지도 모른다. 일단 입구부터 늘어서 있는 엄청난 양의 메이커들로 놀라고 짝퉁의 퀄리티와 질에 또 한 번 놀랄 것이다.

시계부터 시작해서 가방, 신발 심지어 모자까지 웬만한 것들은 모두 다 있다고 봐도 될 덧이다. 사이공 스퀘어에 놀라운 퀄리티의 짝퉁이 있는 이유는 베트남 현지에 있는 공장에서 일부를 가져와 팔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불법이긴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싼 가격에 높은 퀄리티의 물건을 구할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필자는 여기서 한국에서는 나름 10만 원 대인 G-SHOCK 시계를 15만 동(한화 7400원)에 구매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아직까지도 잘 쓰고 있는걸 보면 내구도 역시 좋은 것 같다.

사이공 스퀘어에서 팁이 있다면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다면 다른 점포를 둘러보다는 것과 흥정을 하라는 것이다. 일단 같은 물건이라도 점포마다 전차만별이고 아무리 싸더라도 흥정을 하면 더 깎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온몸이 무거웠지만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다. 목적지인 붕타우 예수상을 보기 위해서는 등산을 해야 한다는 말에 탄식을 뱉었다. 하지만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예수상과 너무 예쁘고 깔끔하게 만들어진 계단에 그런 생각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붕타우 거대 예수상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명물인 거대 예수상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예수상이라고 한다. 예수상이 산꼭대기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총 811개의 돌계단을 걸어 올라가야한다. 이렇게 811이라는 정확한 숫자로 말을 하면 터무니없이 높다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올라가는 길 곳곳에 멋진 전망과 조각상들이 있는 휴게소를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닷가 근처에 위치 해 있어 아름다운 숲과 끊임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바다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조각상들 역시 주변 풍경과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올라가는 일이 힘들거나 심심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계단에 지금까지 올라온 계단의 수가 적혀있었는데 참신하다고 느꼈다.

811이라는 숫자와 함께 눈앞에 거대한 예수상이 보이면서 꼭대기에 도착했다. 생김새는 우리가 평소 알던 예수상과는 약간 다르게 특이한 모양의 후광이 있는 모습의 예수상인데, 아마도 베트남 문화가 약간 접합된 모습인 듯 했다. 예수상의 뒤로 가면 예수상에 직접 올라가 볼 수 있는데 규정상 올라가기 위해서는 긴바지를 착용해야 한다고 한다.

P 글, 편집 : 김종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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