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통폐합으로 살펴보는 대학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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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통폐합으로
살펴보는
대학의 본질

우리대학은 최근 소수 학과를 통폐합하였다. 예상치 못한 통폐합에 해당 학우들은 어떠한 대처도 하지 못한 채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대학 뿐만 아니라 전국대학에서 몇 년 전부터 야금야금 진행되어 오더니 최근 가속화 되면서 학생들의 공포심을 확산시키고 있다. 폐지되는 학과를 보며 우리 학과 또한 없어지는 건 아닌지, 혹은 전혀 관련 없는 과와 통합되어 학과의 기존 커리큘럼이 무너지는 건 아닌지 말이다.

우리대학의 학과 통폐합 현재 상황에 대해 의문의 순서에 따라 파헤쳐 보겠다.

도대체 왜 통합하는가.

 

우리대학은 충남권 단 3개 대학 중 1개의 대학으로 프라임 사업에 선정되었다. 프라임 사업이란 교육부에서 시행하는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으로 선정된 대학에 역대 최대의 지원금, 연간 150억씩 3년간 지원해주는 시스템이다. 이런 파격적인 지원 사업을 따내기 위해 수많은 대학들이 지원했고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우리 대학이 선정 되었다. 단 이러한 지원금의 조건은 ‘대학의 구조조정’이었다. 즉 산업의 수요에 맞게 정원을 조정하라는 것이다. 이는 인력이 초과되는 사회계열에 비해 현저히 인력이 부족한 공학계열의 인력을 늘리기 위해 추진되었다. 쉽게 말하면 인문, 예체능계를 줄이고 이공계를 늘리기 위함이다.
이 사업에 선정된 우리대학은 기업소프트웨어학부와 임상의약학과, 재난안전소방학과를 신설하고 170명의 정원을 조정했다. 프라임 사업선정으로 취업까지 책임지는 대학으로 거듭나 명실상부 명문대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이다.

우리대학 학과통폐합의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 20일 여학우 50명과 남학우 53명을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위 그래프는 학과통폐합 찬반의견에 대한 설문 조사의 결과이다. 조사 결과, 전체 설문 인원의 75.7%, 즉 10명 중 7.6명은 학과 통폐합에 대해 ‘반대 한다’고 응답했다.

학과 통폐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도대체 무엇인가.

75.7%. ‘학과통폐합에 반대합니다.’ 반수를 훌쩍 넘는 투표결과. 이렇게 극단적인 투표결과에도 불구하고 학과통폐합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이쯤에서 드는 의문이다.
학과통폐합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을 2가지 입장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가지 입장은 학생의 득과 학교의 득이다. 우선 학생의 이득이다.

위 그래프는 학과통폐합 ‘찬성’ 의견에 응답한 학우 24.3%가 선정한 찬성의 이유이다. 1위는 ‘학문의 다양화’로 32.4%(복수응답)의 비율을 보였다. a학과와 b학과가 합쳐지면서 2개의 전문지식을 전부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차별화된 과가 생성됨으로 인해 2위로 선정된 ‘학과 특성화(20.6%)’를 설명하며 기업이 원하는 인재. 즉, 기업 맞춤형 교육을 통해 3위로 선정된 ‘취업용이(17.6%)’까지 동시에 설명 가능하다.
이처럼 학생들이 학과통폐합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득은 급변하는 현대사회에 가장 잘 맞는 실용 교육이자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 상에 딱 들어맞는 교육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학교의 득이다. 단순하다. 아주 직설적으로, 단호하게. 말하자면 ‘돈’이다. 최근 출산율의 하락으로 재정이 부족해진 대학은 정원을 조정함은 물론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게 된다. 따라서 엄청난 지원금이 걸려있는 정부 추진 ‘프라임 사업’에 입맛을 맞추기 위해 학과통폐합을 시행하고, 지원 받은 돈으로 운영비를 충당한다. 줄어든 학생 수 만큼 줄어든 등록금을 대신해 줄 가장 통 큰 재정은 정부지원금 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이득보다 더한 불편함.
통폐합으로 인해 어떤 불편함을 얻었는가.

앞서 말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통폐합을 경험한 학우들은 불편함을 호소한다. 다음 그래프는 학과통폐합에 ‘반대’에 응답한 학우 75.7%가 선정한 반대의 이유이다.

‘커리큘럼 변화로 인한 혼란’이 35.8%(복수응답)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찬성의 1위 이유였던 ‘학문의 다양화’와 상반 되는 결과이다. 위 답변을 택한 학우는 “2가지 학문을 다양하게 배운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한 가지 학문만 배우기도 부족한 시간에 이것 조금, 저것 조금 배우는 것이 오히려 손해다.”고 전했다. 어느 것 하나 깊게 배우지 못하고 발만 살짝 담구고 있어 혼란스럽다는 의견을 더하기도 했다.
이어 반대의 이유에는 앞선 이유와 비슷한 ‘전문성 결여’가 22.5%를 차지했으며 ‘소속감 결여’가 20.8%, ‘수강과목 제한’이 13.3%를 차지했다. ‘수강과목 제한’을 이유로 택한 한 학우는 “인원수가 부족해 수업이 개설이 안 된다”며 “통폐합에 대한 대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달라”고 전했다.
기타(7.5%)의견으로는 ‘원하지 않는 과목까지 수강해야 해서’라는 의견과 ‘선⋅후배간의 관계가 모호해져 조언이 불가능하며 학부생의 자존심을 낮춘다’라는 의견이 있었다.
모순된 점은 학과통폐합의 찬성의 이유가 반대의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는 점이며 이론 상 완벽했던 통폐합의 이점들은 사실상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허가가 이루어졌는가.

 

학과통폐합에 대한 득과 실. 두 의견 모두 타당하다. 본인의 입장이 어느 한 쪽으로 확고하더라도 상대의 입장이 모두 틀렸다고 단정 지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 이제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의견을 얼마만큼 반영했나’이다.
지난 20일 우리대학 학우 103명을 대상으로 한 학과통폐합 관련 설문 조사, 그 중 학과통폐합을 경험한 학우 23명(22.3%)을 대상으로 따로 사전공지 여부에 대해 조사했다.

학과통폐합에 대한 득과 실. 두 의견 모두 타당하다. 본인의 입장이 어느 한 쪽으로 확고하더라도 상대의 입장이 모두 틀렸다고 단정 지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 이제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의견을 얼마만큼 반영했나’이다.
지난 20일 우리대학 학우 103명을 대상으로 한 학과통폐합 관련 설문 조사, 그 중 학과통폐합을 경험한 학우 23명(22.3%)을 대상으로 따로 사전공지 여부에 대해 조사했다.
(그래프➃*원형* – 학과통폐합 사전공지 여부)
(그래프➄*막대* – 사전 공지 내용의 정도)
학과통폐합 경험이 있는 학우들 중에서 ‘사전 공지를 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69.6%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사전 공지를 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0.4%에 그쳤다. 이어 ‘사전 공지를 받았다’고 응답한 학우만을 대상으로 한 사전공지 정보의 정도의 대한 질문에는 ‘보통’이 71.4%로 가장 높았고 ‘추상적’과 ‘매우 추상적’이라고 응답 비율은 각각 14.3%로 같았다. ‘매우 구체적’과 ‘구체적’에 응답 비율은 0%로 단 한 명도 없었다.
설문에 참여한 한 학우는 “적어도 미리 공지해 주셨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없어질 과에 신입생을 받다니. 입학하기 전 아무 정보도 전달 받지 못해서 통폐합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사기 당한 기분이 들었습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를 통해 학교가 학생들에게 전해야만 하는 충분한 공지가 부족했음을 볼 수 있다. 학교가 주장하는 통폐합의 이유가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한들, 기업의 입장을 대변한다 한들, 중요한 것을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직접적으로 통폐합을 몸소 경험할 사람은 학교가 아닌 학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의 의견에 반드시 귀 기울여야하며 충분한 상의의 시간을 가졌어야했음이 분명하다.

대학의 본질이 무엇인가.

‘경쟁’, ‘취업’이라는 단어가 대학의 상징이 되어버린 현대 사회에서 학교는 더 나은 발전을 위해 ‘학과통폐합’을 택했다. 이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만들기에 적합했고, 다양한 능력을 요구하는 현 실상에 가장 맞는 교육임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아직까지는. 그래도 아직은. 대학을 ‘취업학원’으로 치부하기엔 불편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정의란 무엇인가. 대학이란 大(큰 대) 學(배울 학)으로 큰 배움을 얻는 곳을 말한다. 우리가 대학에서 얻어가야 할 큰 배움이란 돈을 벌기 위한 취업이 아니다. 고작 자격증 몇 개가 아니란 말이다.
우리가 얻어가야 할 큰 배움은 나의 전공에 대해 당당히 설명할 수 있는 ‘학문적 지조’와 그 지조를 가지고 꾸는 청춘의 큰 ‘꿈’, 그리고 그 꿈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다.
이제 찬란한 청춘의 색이 아닌 암흑의 색으로 변하려는 대학의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그래도, 여전히, 꿋꿋하게 대학의 본래의 의미를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학교도. 학생도. 그리고 나라도 모두 함께 말이다.

P 글 : 정화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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