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결혼식 문화, 축제 문화, 음식 문화 등과 같은 문화에 대해 많이 들어봤고 관심 있게 찾아보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분명 가까이 있음에도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하거나 잘 알지 못하는 문화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농 문화이다.
농 문화란 무엇일까? 지금부터 농 문화의 의미와 형성, 특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농 문화란 무엇일까?

농이란 청각 장애인을 부르는 단어이며 또 다른 말로 농인이라 하기도 한다. 이러한 청각 장애인, 즉 농인과 반대로 청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청인, 또는 건청인이라 부른다. 따라서 농 문화란 청각 장애인들에 의해 형성된 청각 장애인 고유의 문화를 말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청인들이 인지하지 못 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농 문화뿐 아니라 청 문화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청인들에겐 당연한 것들이 농인들에겐 당연하지 않기 때문에 청 문화와 농 문화로 나누어질 수 있다.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이런 농인 문화는 과연 어떻게 형성된 걸까? 농인들은 행동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주로 시각에 의해 이루어진다. 농인 문화는 거의 대부분 농 학교에서부터 시작된다. 만약 한 농인 학생이 농 학교에서 교육되었다면 이미 그 학생은 농인 문화가 형성된 농 공동체에 들어간 것과 같다. 농인 간의 끈끈한 유대는 청력손실의 정도와 무관하고, 단지 농인이라는 사실 하나로 그 사회에 동화하게 되는 것이다.
즉, 농인 문화는 듣는 능력의 청각적인 상태뿐 아니라 일상적 문화의 주요한 요소로서 수화를 공유하는 그들 자신의 정체감을 표현한 것이다.

일상생활

농인들은 어떤 방법으로 정보를 접하고 있을까? 일반적인 방송의 정보 전달 방식으로는 필요한 정보를 모두 얻기 어렵기 때문에 농인들에겐 또 다른 매개체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자막방송수신기라 하여 TV에 연결해서 쓰는 기기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기술이 발달하여 TV 자체에 자막방송을 해주는 기능이 갖추어 나온다. 이로도 부족한 경우에는 한국농아방송을 통해 농인들에게 필요한 실생활 정보, 뉴스 정보 등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농인들은 시각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에 초인종이 아니라 경광등, 즉 벨이 울리는 대신 깜빡이는 빛을 통해 누군가 왔음을 알게 되고, 시계의 알람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피부로 진동을 감지할 수 있는 진동 시계를 사용하기도 한다.

농아인 예술

농인들도 예술 활동을 하며 스포츠를 즐긴다. 미술은 그림의 형태로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표현하는 행위인데 청력을 상실한 대신 시각적 감각이 뛰어난 농인들에게 가장 자신 있고 적합한 예술의 한 형태이다. 현재 운보 김기창 화백, 유남식 화백, 민병영 화백 등 농인 화가들이 한국 화단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미술뿐 아니라 연극에서도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농아인협회 경산시지회 주최로 마련되어 펼쳐지는 시립서대문농아복지관 극단 난파의 수화 뮤지컬 ‘난파클럽’은 ‘난파’, 즉 ‘나는 할 수 있다’라는 뜻을 주제로 출연자들이 청각장애인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박자 도우미의 수어에 따라 음악에 맞춰 공연을 선보인다. 또한 성우의 음성 통역을 통해 수어를 모르는 청인들도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이러한 수화 뮤지컬은 시립서대문농아인복지관 또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음 홈페이지에서 공연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농아인 올림픽

농아인 올림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공인한 대회로 ‘deaf(청각장애)’와 ‘olympic(올림픽)’을 합쳐 ‘deaflympic’이라고 하며 4년 주기로 개최된다. 우리나라는 1984년 6월 1일 네덜란드에서 개체된 집행위원회에서 정식회원국으로 가입한 이후, 198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체된 15회 대회부터 참가했으며, 제 18회 대회에서 처음으로 남자 육상과 여자 배드민턴 단식에서 각각 동메달을 획득하며 38위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얼마 전 삼순 데플림픽에선 금 18, 은 20, 동 14개를 획득하며 종합 3위를 달성했다.
경기 종목으로 하계에는 육상과 배드민턴, 볼링, 유도, 축구, 사격, 수영, 탁구, 태권도 등이 있고 동계에는 아이스하키, 컬링, 스노보드, 알파인스키, 크로스컨트리 스키가 있다.

농문화의 현재 양상

현대 의학기술은 청력이 회복되는 ‘인공와우 수술’에까지 이르렀다. 인공와우 수술이란 보청기를 착용하여도 청력이 나아지지 않을 때 인공 달팽이관을 이식하는 것을 말하는데 수술 후 전기신호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인공와우는 기본적으로 농 사회에 청력을 회복하는 길만 강요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일부 농인들은 유아동의 인공와우 수술 확대는 수어의 몰락과 농문화의 소멸을 가져올 것을 우려한다.
또한 이들은 농사회의 자생적이고 행복한 성장을 위해 우리 사회가 한국수어를 존중하고 그 언어권을 제대로 보장해 주길 바라며 마치 미국 등 다문화권으로 이민을 떠난 사람들이 제 1언어와 제 2언어를 익히듯, 그들은 ‘언어적 소수자’로서 살 수 있도록 ‘한국수어법(수화언어법)’ 제정을 통한 언어권 확보를 원하고 있다.

기자시선

평소 청각장애인이라 하여 장애를 가졌기에 불행하고 비장애인들보다 삶이 힘들 거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항상 청각 장애인 관련 영화나 글을 보면 ‘장애를 극복하는 것’ 혹은 ‘장애인 가족으로 빚어진 불화’를 주제로 많이 접했기에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
그러던 중 얼마 전 들은 강의에서 청각 장애인들의 ‘농 사회’를 알게 됐다. 청인들이 주를 이루는 사회에서 농인들이 일상생활을 하기엔 어렵기 때문에 그들만의 사회와 언어가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에 호기심을 가져 글을 쓰는 과정에서 여러 서적을 읽고 실제로 청각 장애인을 만나보면서 한 가지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고 있고 지극히 평범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만 청인들과 다를 뿐 그 연령대에 하고자 하는 목표라든가 취미, 생각 등이 너무나도 우리와 비슷했다. 그리고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를 불쌍하고 측은하게 여기지 마세요’, ‘우리도 평범한 사람일 뿐이랍니다’. 우리는 너무 한 가지 시선으로만 그들을 바왔던 건 아닐까?
필자의 글이 이러한 인식 변화에 도움이 되었기를! 앞으로는 그들이 청각장애인이기 이전에 그저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걸 먼저 생각하고 존중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박수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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