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한국 드라마들은 권력다툼, 음모 등의 자극적인 주제나 로맨스가 중심인 스타일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런 유사한 플롯이 반복되면서 대부분의 드라마들은 흥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흔히 볼 수 없는 주제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드라마들이 있다. 평범한 일상에 바람을 불게 해줄 돌풍 같은 드라마들을 알아보자!


트렌드에서 벗어난 오피스 드라마 – 김과장

채널 : KBS2
방영날짜 : 2017.01.25. ~ 2017.03.30.

‘김과장’은 ‘미생’이나 ‘송곳’ 같은 진지한 작품과는 다르게 기업 내 권력암투에 현실풍자와 코미디를 섞어 놓은 작품이다.
김과장은 군산에서 조폭들에게 세금을 덜 내게 해주고 뒷돈을 챙기며 살아온 돈에 감각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돈을 빼돌릴 목적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 이사의 눈에 띄어 대리과장으로 취직하면서 스토리가 진행된다. 이후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회사에 뿌리박혀 있는 부조리, 불평등, 불합리 등을 겪게 되면서 이를 바로잡고 해결해 나간다. 진지한 주제이기에 자칫 어둡고 지루한 분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유쾌한 분위기와 김과장의 위트 있는 대사로 인해 지루할 틈 없이 진행된다. 거기에 전개 설정이 매끄러우며 적절하게 삽입된 풍자요소들로 인해 어느새 김과장에 빠져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드라마 속 사이다 한 장면]

드라마 ‘김과장’은 회장 아들이 개인적으로 쓴 돈을 처리해달라며 경리부에 고성을 지르는 안하무인한 태도나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연예인을 전속모델로 꽂아 넣는 등, 재벌들의 갑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에 김과장은 “아버지가 회장이면 개념을 지하주차장에 놓고 와도 돼?”라며 소리치고 회장 아들의 팔을 꺾는 등 을의 마음을 대변하는 사이다 같은 대사로 통쾌함을 선사한다.
또한 화장실 앞에 1인용 책상을 둬 직원들이 수치심과 치욕감으로 인해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게 만드는 ‘제 2 대기실’에 대한 만행을 담은 내용도 흥미롭다. 회사에서 김과장을 회계범죄자로 몰아 사퇴시키려 하지만 이를 거부한 김과장을 제 2 대기실로 발령한다. 하지만 김과장은 회사의 의도와 다르게 소파와 게임기를 가져와 대기실에서 여가를 즐기고 다른 부서의 회의에 참견하는 등 회사를 상대로 시위를 한다. 결국 회사는 이를 더는 참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제 2 대기실을 폐쇄하게 된다.
불합리한 것에 익숙해지고 그것이 잘못된 것인 줄 알면서도 순응하고 살아가는 시대에 김과장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평소 마음속에만 묻어 두었던 말과 행동을 거침없이 하는 김과장의 시원한 모습들을 감상해보자.

과거로부터의 무전 – 시그널

채널 : tvN
방영날짜 : 2016.01.22. ~ 2016.03.12.

프로파일러로 일하고 있는 ‘박해영’ 경위는 어느 날 배터리가 없는 낡은 무전기에서 의문의 신호를 듣게 된다. 그 무전에서 말을 하는 사람은 1989년의 ‘이재한’ 형사였다. 이렇게 무전기를 매개체로 과거와 현실의 연결점이 생긴 두 사람은 무전을 통해 원래라면 미제 사건으로 남을 사건들을 해결해 나간다. 이런 과정 중 과거를 바꾸면 현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박해영의 심리를 생동감 있게 묘사했다.
시그널은 과거의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확신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선 속에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제훈, 김혜수의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무엇보다 시그널이 재밌었던 이유는 미제 사건 해결에 대한 간절함이 와닿았기 때문이다. 시그널에 나온 피해자, 유가족들의 모습은 사실적으로 비춰진다. 그날로부터 멈춰버린 듯한 모습으로 말이다. 하지만 가해자들은 숨어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살고 있다. 결국 오래된 미제 사건의 피해자 혹은 유가족들에게 사건 해결에서 중요한 것은 관심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뜻깊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타임리프라는 흥미로운 주제, 미제 사건을 해결하며 느끼는 통쾌함을 느끼고 싶다면 시그널을 추천한다.

멈출 수 없는 복고 수사극 – 라이프온마스

채널 : OCN
방영날짜 : 2018.06.09 ~ 2018.08.05.

2006년 영국에서 방영한 <LIFE ON MARS>를 원작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2018년의 과학수사관인 ‘한태주’가 괴한의 총격으로 쓰러졌다가 1988년으로 떨어져 형사가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여기서 한태주는 2018년과 1988년을 잇는 유일한 열쇠로 극을 이끌어나가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괴한의 총격으로 쓰러진 그가 다시 눈을 뜬 곳은 1988년 인성시로, 형사의 신분이 되어있었다. 갑작스러운 시간이동에 혼란스러워하던 한태주는 ‘강동철’ 계장과 함께 당시 미제 사건을 해결하며 1988년에 점점 적응해 나간다. 이 외에도 한태주에게만 들리는 현재의 목소리와 자신을 현재로 데려다 줄 수 있다고 하는 인물들의 등장에 혼란스러워 하는 내용도 담고 있어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아낸다.
라이프 온 마스는 살인과 관련된 수사를 주제로 삼기 때문에 다소 폭력적인 장면도 있지만 1988년 한국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으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긴장감에 눈을 뗄 수 없는 드라마기도 하다.

[섬세한 작품성으로 무장한 리메이크 작품]

OCN의 라이프 온 마스는 영국 원작의 드라마를 한국 정서에 잘 녹여내며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1988년을 대표하는 음악,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 시대의 아이콘을 소환해 당시의 감성을 생생하게 살렸을 뿐 아니라 ‘유전무죄 무전유죄’ 인질극 등 그 시절 사건을 현명하게 사용했다. 또한 CCTV와 과학수사 대신 발로 뛰는 복고 수사만의 인간미 넘치는 현장 등 여태껏 보지 못한 새로운 장르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한태주가 과거로 넘어가는 순간 라디오의 노래가 데이비드 보위의 ‘라이프 온 마스’에서 조용필의 ‘미지의 세계’로 바뀌는 장면에선 감독의 센스를 엿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수사극과는 차별화된 드라마를 보고 싶다면 꼭 라이프 온 마스를 보기 바란다. 더욱이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된 배우들의 열연을 본다면 이 드라마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범죄자 잡는 범죄자 – 나쁜녀석들

채널 : OCN
방영날짜 : 2014.10.04. ~ 2014.12.13.

표지와 제목에서부터 박진감 넘치는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드라마 “나쁜 녀석들”은 ‘오구탁’ 반장이 수감된 범죄자 3명과 함께 다른 범죄자들을 잡는 이야기다.
조직폭력배인 ‘박웅철’과 청부살인범인 ‘정태수’, 천재 사이코패스 ‘이정문’이 오구탁 반장을 중심으로 모여 형량을 줄여준다는 조건하에 한 팀이 되어 일반 경찰들이 체포하기 힘든 연쇄살인마, 인신매매단 등을 직접 잡는 줄거리가 주를 이룬다.
이들 3명은 서로를 의심하고 자신이 확보한 정보를 숨기면서도 싸움의 과정에서 애정과 연민을 쌓아간다. 자신의 목숨이나 형기 단축을 내려놓으면서까지 서로의 목숨을 구하는 모습에서 범죄자를 혐오하는 오구탁도 믿음을 보이며 그들과의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
나쁜 녀석들은 배역에 녹아든 배우들의 연기가 눈에 띈다. 냉정하고 차가운 연기의 조동혁과 엉뚱함과 진지함을 오가는 마동석의 연기는 엄청난 케미를 발산한다. 오구탁 역을 맡은 김상중은 아직도 메소드 연기라는 제목의 영상이 돌아다닐 정도로 엄청난 실력을 뽐냈다.
또한 선이 악을 벌하는 정설에서 벗어나 범죄자들을 잡기 위한 범죄자 집단을 만든다는 시나리오 역시 흥미를 자아내며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선 유례가 없는 소재이기 때문에 한번 보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게 될 것이다.

/김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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