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삶의 방식은 ‘욜로’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 남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말한다. 본래의 취지대로라면 현재에 충실하기 위해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정작 현실에선 지금 해야 할 일을 미루며 행복을 찾기 바빴고 돈은 남겨봤자 소용없다는 생각에 과소비가 일상이었다. 이러한 모습이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마치 눈앞의 쾌락만을 좇기 위해 살아가는 한 마리의 베짱이에 불과한 것 같다는 회의감이 들었고 밀린 과제는 나를 더욱 지치게 만들었다.

얼마 전 일이었다. 친구들과 저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주택청약과 관련된 주제가 나왔다. 전에 한번 찾아본 적은 있었지만 내겐 너무 낯설고 까마득히 먼 미래라 생각하여 무시하고 그냥 넘겨왔다. 그런데 한 친구는 이미 고등학생 때부터 주택청약을 들어놨다고 하니 조금 놀랐다. 순간 벌써부터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또래를 보며 내가 너무 계획없이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10년 후의 미래를 그려보게 됐다.

먼저 직업에 대해선 자신 있었다. 내가 선택한 직업군은 수요도가 높아 졸업 후엔 일찍 취업이 가능하다고 들었다. 나아가 더 안정적인 직장을 원한다면 열심히 공부하면 되고 스스로도 잘 해내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렇게 확신했다. 그래서 미래를 떠올릴 때마다 멋지게 옷을 갖춰 입고 출근하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꿈꾸는 이 모습은 최선을 다해 노력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성공적인 직업 생활을 위해선 현재의 학업과 미래의 직업 생활을 잇는 공부가 중요한데 지금의 나는 장학금을 얻는 수단으로서만 노력하고 있을 뿐이었다. 만약 그렇게 해서 직장을 얻었다면 그 후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아마 결혼도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일 것이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결혼의 가치관이 변화하면서 필수보단 선택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나의 경우에도 결혼은 필수가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겠다는 굳은 의지는 아니지만 ‘언젠가 하겠지’란 생각으로 기대했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다르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행복한 결혼 장면이나 동화 속 주인공들과 같이 서로 사랑하기만 해도 충분히 이루어지는 해피엔딩 스토리는 현실 속에선 보기 어렵다. 당장 살아갈 집부터 구해야 하고, 결혼을 준비하는 것도 경제적인 부담이기에 미리 계획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에게 준비된 거라곤 전혀 없는 실정으로 내 인생에서 결혼은 실현되기 힘든 백일몽에 불과하다.

이렇게 미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니 깨달은 점이 있다. 나는 그동안 미래를 위한 것은 현재를 포기하는 삶이라 생각해 현재만을 즐기려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추측에 불과했으며 ‘나’라는 사람은 현재의 행위에 의미부여를 하지 않으면 금방 지치는 사람이었다. 내가 말하는 의미부여란 지금의 행위가 미래에도 도움이 돼야 하는 종류의 것이다. 그렇기에 최선을 다해 현재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야만 했으며 매순간 최상의 감정을 뽑아내려는 노력에는 에너지, 즉 원동력이 필요했다. 나에게 그 원동력은 더 높은 목표였다. 이러한 알고리즘을 깨닫지 못한 것이 요즈음 욜로 인생을 살며 들었던 회의감의 정체였다. 이것은 10년 후 나의 미래를 상상하면서 더욱 가슴속에 와 닿았다. 결론적으로 나의 삶에 진정한 욜로란 있을 수 없었다. 오히려 욜로라는 이름을 빌려 나 자신과 남을 배려하지 않고 나태하게 살아가려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지게 되는 책임감과 무거운 짐을 떨쳐내려 변명해왔던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이제부턴 현재를 즐기면서도 먼 미래에 대비하려 한다. 더욱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박수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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