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의식주’의 ‘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돋보이게 만들어주며 누군가에겐 첫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런 소비자의 인식에 발맞춰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시장이 마치 패스트 푸드가 만들어지는 것과 같아 ‘패스트 패션’이라는 말이 생기기 시작했다. 패스트 패션이란 말 그대로 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여 빠르게 제작하고 유통시키는 의류를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유통과정이 짧기 때문에 다른 의류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사람들의 눈길을 이끈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모습 뒤에는 숨겨진 진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디로 사라지는지에 대해 궁금하다면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패스트 패션,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정확한 시초는 존재하지 않지만 1800년대에 재봉틀이 발명되고 산업혁명이 일어났을 때부터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S와 L 같이 특정 사이즈가 정해지고, 그것에 맞춰 바로바로 찍어 만드는 대량생산이 일어나 의류 제조 규모가 엄청나게 증가해 가격이 극단적으로 하락했다. 때문에 그동안 패션이라고 하면 부르주아만 입을 수 있다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의류는 더욱 표준화가 진행됐다. 생산은 증가했고 1960년엔 패션의 유행이 엄청나게 빠른 변화를 보였다. 젊은 세대들은 더 새롭고 예쁜 옷이 나오기를 기대했고 기성세대는 불편한 옛날 의복을 거부하면서 그것에 발맞춰 패션 브랜드는 빠르고 값싼 옷을 만들어 내고자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나라에도 거리를 지나다니면서 쉽게 패스트 패션을 접할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예로는 당장 번화가를 나가면 볼 수 있는 ‘유니클로’와 ‘에이치엔엠’, ‘스파오’, ‘자라’, ‘포에버21’ 등의 SPA 브랜드를 들 수 있다. ‘SPA’란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Brand의 약자로, 많은 비용이 드는 유통을 피해 자사에서 대형 직영매장을 운영하며 비용을 절감시키고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공급하여 동시에 소비자의 욕구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여 상품에 반영을 시키는 유통형태를 가진, 한마디로 기획, 생산, 유통을 하나로 합쳐 자급자족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러한 SPA 브랜드의 시스템은 현 시대에서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성공한 가장 큰 이유로 들 수 있다. 매 시즌마다 상품을 기획하는 일반 브랜드와 달리 유행에 민감한 패션 시장의 트렌드를 그때그때 파악하여 상품을 구성하고 어딜 가나 구매할 수 있는 접근성과 점점 더 저렴해지는 가격이 경기하락과 함께 맞물려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를 원하는 대중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옷, 저 옷이랑 똑같은 것 아니야?

이러한 패스트 패션의 빠르고 화려한 면 뒤에는 어두운 진실이 존재했다. 몇몇의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은 자체적으로 기획을 하지 않고 다른 브랜드의 디자인을 모방하여 판매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도엔 이랜드의 SPA 브랜드 ‘스파오’가 한글날을 맞이하여 선보인 의류가 2014년에 배우 유아인과 패션 브랜드 ‘노앙’이 협업하여 출시한 ‘러브시티’디자인과 흡사해 논란을 일으켰다. ‘스파오’ 측은 해당 논란은 문제가 없다며 “유아인 셔츠가 있다는 걸 알았지만 베끼거나 참고하지 않았다”며 “흔하고 많은 디자인이라 아이디어를 짰다. 문제가 된다면 노앙 측과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당해 보였던 태도와 다르게 스파오의 홈페이지에서는 해당 의류 판매를 중지했다. 이를 두고 유아인 측은 “디자인의 창조적 가치는 보호 받기 쉽지 않다. 동종 브랜드의 양심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랜드의 표절 시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랜드의 리빙 브랜드인 ‘버터샵’ 역시 국내 중소기업의 디자인을 베껴 제품을 출시했고, 이로 인해 이랜드 대표 김연배가 특허청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일이 생겼다. 2015년엔 스카프 브랜드 ‘레이버데이’의 디자인을 도용하여 판매하기도 했다. 당시 ‘레이버데이’는 “니팅 목도리의 핵심 아이디어는 물론 길이, 컬러 배색까지 그대로 가져와 반값에 판매하니 자사 브랜드 가치에 큰 손해를 입혔다”고 입장을 밝혀 이랜드의 디자인 베끼기 행위가 다른 브랜드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의 도둑적인 행위가 계속되어 여러 브랜드들이 골머리를 앓자 법적으로 보호받기 위해 디자인을 특허로 등록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등록을 하지 못하는 곳들이 많이 존재했다. 등록을 위해선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걸리고 그 기간 동안 10단계의 심사가 진행된다. 하나의 등록을 위해선 1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며 신진 디자이너가 매번 옷을 출시할 때마다 감당하기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사실상 디자인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중소기업과 같은 약자들에겐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또한 시즌이 가장 중요하고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의류 업계에서 매번 디자인 등록을 기다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낮은 가격과 비례한 노동착취

패스트 패션의 가격이 낮아질 수 있는 이유엔 의류 공장이 있는 제3세계에 있다. 옷을 만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건비가 싼 제3세계에 생산을 맡기고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을 열악하게 만들었다. 실례로 지난 2013년엔 방글라데시에서 의류공장이 붕괴된 것을 들 수 있다. 공장이 붕괴된 원인은 불법 설치물과 부실시공이었으며 사망자는 천 명을 넘어섰다. 붕괴를 통해 당시 공장의 노동자들이 건물이 무너질 것 같다며 근무를 거부했지만 경영진이 강제로 올라가게 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장시간 노동이 일상적이었으며 월급을 우리나라 돈 4만 2천 원 정도밖에 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 의류 공장뿐만이 아니다. 방글라데시에 또 다른 공장은 1,100여 명의 노동자들이 하루 10시간을 일해도 한 달에 5만 원 정도의 월급밖에 받지 못했으며, SACOM의 조사에 따르면 유니클로의 납품 공장인 중국의 퍼시픽과 루엔타이 공장은 기본 수당이 각각 월 27만 원과 22만 원밖에 되지 않아 노동자들이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초과 근무를 해야 했다는 것을 알렸다. 때문에 노동자들은 일주일동안 각각 134시간과 112시간을 근무하며 해당 공장은 중국의 노동법을 위반했다.

버려진 패스트 패션,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패스트 패션의 열풍이 계속될수록 의류 폐기물이 증가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한 철에 몇 번 입고 유행이 지나면 바로 버려지기 때문이다. 또한 싸고 질이 좋지 않은 재질로 만들어져 금방 해지기 때문에 오래 입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는 일부 소비자의 입장도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08년에 비해 의류 폐기물이 2014년엔 7만 4,361톤으로 36퍼센트나 증가했으며 의류로 인한 환경문제가 매우 심각해졌다. 폐기물뿐만 아니라 패스트 패션은 만들어질 때도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값이 저렴한 폴리에스터와 나일론, 아크릴과 같은 섬유를 많이 사용하는 패스트 패션은 제조 과정에서 면 섬유의 세 배의 탄소를 배출하고 의류를 세탁할 경우엔 미세 플라스틱 조각과 다양한 화학물질이 물에 섞여 오염시키기도 한다. 또한 이 오염된 물을 일부에선 정화하지 않고 그대로 흘려보내 해양오염의 문제도 심각하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유행을 따르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진 ‘슬로우 패션’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버려지는 의류나 섬유를 가방이나 지갑으로 만들어 재판매를 해 중고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탈피하며 새롭고 세련된 이미지를 만들기도 했다.


기자시선

만 원 세 장으로 신발 한 켤레와 티셔츠 두 벌을 구매할 수 있는 패스트 패션은 겉으로 보기엔 합리적인 소비를 한 것 같지만 환경문제와 표절, 노동착취라는 숨겨진 진실을 바라봤을 땐 이것이 과연 올바른 소비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매하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를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하며 윤리적인 소비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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