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마다 찾아가는 엄마의 고향. 엄마가 그곳에서 느꼈을 즐거웠던 감정들은 이제는 모두 빛바래 알아보기 힘든 한 장의 그림이 되지 않았을까? 옛날의 기억을 되돌릴 순 없지만 새로운 경험으로 채울 수는 있다. 그녀가 아름다운 고향의 모습을 다시 그릴 수 있도록 색다른 귀향길을 만들어주고자 여자 둘이 손을 잡고 떠났던 토요일 하루. 당신도 함께해 주길 바란다.


자연으로 : 송광사

가장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송광사였다. 초록 더미들이 사방팔방 널려있어 굳이 들숨날숨 하지 않아도 풀 내음이 나는 듯했다. 송광사의 입장료는 성인 기준 3,000원. 절 안으로 들어가기 전, 돌다리와 우화각(羽化閣)을 만나게 되는데 본격적인 여행 시작도 전에 돌다리에 앉아 흘러가는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쉬고 싶어지는 곳이다. 또한 오래된 목재건물은 왠지 모를 여유로움을 느끼게 했다. 이곳에 오면 꼭 가야 하는 곳이 있는데, 바로 해우소(解憂所)다. 밑이 뻥 뚫려있는 재래식 화장실에서 솔솔 부는 바람을 맞으며 일을 보다 보면 정말 근심을 떨쳐낼 수 있을 것이다.

 

진했던 첫 만남 : 홍어

송광사에서 내려와 주차장 건너편으로 쭉 걸어가다 보면 식당이 늘어서 있다. 전라도는 어딜 가도 거하게 차려진 밥상으로 유명한지라, 망설임 없이 가장 첫 번째 보이는 가게인 ‘길상식당’으로 들어갔다. 메뉴는 15,000원짜리 산채 정식. 난생 처음으로 홍어회를 만났다.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보쌈과 김치를 곁들여 입에 넣자 알싸하고 톡 쏘는 진한 향이 올라왔다. 곧바로 막걸리를 목구멍에 털어 넣으니 홍어 냄새로 아린 코끝을 막걸리 향이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둘의 조화는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오독오독하게 씹히는 식감도 만족스러웠다. 만약 홍어가 처음이라면 홍어회 무침을 먹는 것을 추천한다. 매콤새콤한 소스가 홍어 냄새를 중화시켜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타임 인 조선 : 낙안읍성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에 온 것만 같은 이곳은 낙안읍성. 미국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 50선에 포함되어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4,000원.
우리는 곧장 읍성의 핵심 건물인 동헌(東軒)으로 향했다. 이곳은 행정 업무와 재판 등이 행해지며 많은 백성들이 오고 가기에 문턱을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바로 옆으로 돌아 들어가면 안채로 사용됐던 내동헌이 위치해 있다. 넓은 대청마루에는 멍석과 죽부인이 놓여있어 오수(낮잠)체험이 가능해 벌써 몇몇의 관광객들이 깊은 잠에 빠져있는 듯했다. 이어 대장금 세트장, 방앗간, 빨래터 등 정말 시간이 멈춘 듯한 옛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서문에서 가장 가까운 계단을 타고 성벽을 오르면 낙안읍성의 전체 모습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마치 나라를 두루 살피는 조선의 왕이 된 것처럼 말이다.

 

Where R U From? : 순천만 국가공원

세계 각국의 정원을 구경할 수 있는 순천만 국가공원. 입장료는 성인 기준 8,000원이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비행기를 타고 가지 않아도 다른 나라로 여행 온 기분을 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정도 투자는 아깝지 않다. 또한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은 이곳을 다시 찾게 하는 이유다. 해가 지면 떠오르는 정원의 불빛들은 황홀경을 이루며 낮과 다른 밤의 모습을 보여준다. 워낙 넓기 때문에 모든 정원을 구경하고 싶다면 넉넉한 시간과 편한 신발을 준비하기를.
걷는 게 힘들다면 관람차를 타는 방법도 있다. 성인과 청소년 모두 3,000원이며 소요시간은 15분~20분 정도이다. 다만 관람차는 각 나라의 정원 입구까지만 볼 수 있고 내부까지는 세세히 볼 수 없다. 여유가 있다면 직접 걸어서 정원을 구경하는 걸 추천한다.

하늘을 날다 : 순천만 습지

국가 정원의 마지막 코스인 꿈의 다리는 또 하나의 볼거리다. 세계 최초 떠있는 미술관으로 수많은 아이들의 꿈이 그려진 곳이다. 이곳을 지나면 공원에서 순천만 습지까지 갈 수 있는 스카이큐브를 탈 수 있다. 이용 요금은 성인 기준 왕복 8,000원, 편도 6,000원이다. 습지의 입구까지 15분 정도의 도보를 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지만 하늘을 나는 택시를 타는 일은 흔치 않은 기회일 것이다. 습지 입구로 향하는 길목에는 순천만 문학관이 위치해 가는 동안 눈이 심심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스카이큐브의 도착 지점부터 늘어선 넓은 갈대밭이 여러분의 곁에서 길을 안내해줄 것이다.

*순천으로 떠나려는 여행자들에게*
1) 걸어서 정원을 돌아본 후 스카이큐브를 타기 위해 관람차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2) 만약 일몰을 볼 생각이라면 전망대까지 왕복 약 40분이 소요된다. (약간의 등산)
3) 습지에서 내리쬐는 해를 피할 곳이 없으니 덥고 해가 쨍쨍한 날 이곳에 간다면 모자를 꼭 챙겨가길 바란다.

순천 핫플레이스 : 전통 야시장

집으로 돌아가기 두 시간 전, 아쉬운 마음과 허전한 배를 채우러 순천역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인 전통시장에 왔다. 이 시장에는 국밥으로 유명한 웃장과 야시장으로 소문난 아랫장이 있는데, 해가 지면 전통시장이라는 걸 몰라볼 정도로 트렌디한 야시장이 열린다. 2, 7일장으로 운영되어 금, 토요일 저녁에 이용 가능하다.
우리가 먹은 음식은 목살 스테이크(5,000원)와 치즈 가리비 구이(6,000원). 입에 넣자마자 터지는 스테이크의 육즙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역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땐 술이 빠질 수 없는 법. 주류는 야시장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입구 쪽에서 판매한다. 치즈 가리비 구이는 가격 대비 양이 조금 부족하지만 맛만은 훌륭했다. 치즈의 풍미가 해산물의 비릿한 맛을 잡아주어 해산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마음에 들어 할 음식이었다.


여행 당일, 날씨가 화창하진 않았지만 적당한 구름과 선선한 바람 사이에서 엄마는 이따금 소녀 같은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고향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인지 몰랐다는 그녀의 한 마디가 그동안 나를 위해 얼마나 바쁘게 살아왔는지 말해주는 듯했다. 오늘 하루 엄마와 나누었던 대화는 소설 속 한 구절처럼 읽힐 것이고 오늘 봤던 풍경들은 꿈 속에 아른거릴 것이다. 바로 지금, 부모님의 손을 잡고 훌쩍 떠나보는 건 어떨까?

 

/신예은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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