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은 떠나도 마음이 떠나지 않는 곳이 나의 집이라는 말을 본 적 있다. 그만큼 나에게 집은 거주지 이상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대학진학의 이유로 오랫동안 머물렀던 나의 집을 떠났다. 한 지붕 아래 같은 이불을 덮고 함께 삼시세끼를 챙겨먹으며 아침엔 잔소리로 잠을 깨우고, 저녁엔 도란도란 모여 앉아 낮 동안의 학교생활을 물어봐주던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 밤을 설쳤다. 특히 혼자 살 수 있는 자취가 아닌 4인실의 기숙사라 걱정은 줄어들긴 커녕 쌓여만 갔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한 방에서 잠을 자야 하고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 어려운 점이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리고 입사를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생각은 바뀌게 됐다.

룸메이트들과의 첫 만남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입사 당일, 아침 일찍 출발했기 때문에 아무도 오지 않은 방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좋은 룸메이트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믿지도 않는 신에게 기도를 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고 모두 모였을 땐 어색함이 방안의 공기를 감쌌고 당장이라도 그 공간을 뛰쳐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내 가져온 간식을 나눠먹으며 어느새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어색함은 사라지고 친밀감이 더해졌다. 그녀들은 나의 끼니를 걱정하고 나의 하루에 대해 궁금해 했다. 또한 어려운 일이 있을 땐 고민하지 않고 도움을 줬고 나의 슬픔과 기쁨에 공감하며 자신의 감정도 함께 공유했다. 그리고 어느새 기숙사의 작은 방은 고향에 있는 집과 같이 안락한 공간이 되기 시작했다. 낯을 많이 가리는 필자에겐 친구라는 존재가 오랫동안 길게 만나며 애정을 쌓아가는 성향이라 만나게 된지 한 달을 넘기지 않은 그녀들에게 같은 공간에서 산다는 이유만으로 편안함과 같은 감정이 생긴다는 것이 신기했다. 마치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 같았다.

물론 실제 가족처럼의 무한한 애정을 바랄 수는 없다. 같이 지내는 시간이 계속될수록 불편한 점이 생겨났고 생활패턴이 다르다는 것에 불만을 느꼈으며 특히 쏟아지는 과제와 시험공부로 잠이 부족해 서로에게 예민해지기도 했다. 또 입사를 하기 전부터 우려했던 나만의 공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어쩌면 그녀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가족과 같은 느낌은 받았지만 진짜 가족은 아니다. 애정으로 감쌀 수 있는 한계가 있으며 배려해야 할 점은 셀 수도 없이 많았고 실망도 쉽게 찾아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작은 방은 학교에서 지친 나에게 숨통을 틔어주는 공간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 우린 서로를 위해 배려했고, 서운한 점이 있다면 술자리를 가지며 털어버렸다. 한 지붕 아래 같이 산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에게 잠깐의 실망과 이기적인 마음으로 인해 상처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며 돌이켜보니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새로운 환경에서 낯선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것이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고, 이젠 내 인생의 소중한 부분이 된 그녀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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