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에서 ‘데이트 폭력’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데이트 폭력’이란 미혼의 연인 사이에서 가하는 폭력이나 위협을 뜻하며, 상대방을 벽에 밀치거나, 손목을 잡아끄는 행동, 욕설, 고함, 휴대전화를 검사하는 것 등 상대가 원치 않으면 모두 폭력이 될 수 있다. 데이트 폭력은 해가 거듭될수록 급증하고 있고 연인이란 관계 속에서 지속적,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재범률 또한 약 76%로 높은 편이다. 또한 이를 겪은 피해자들은 정신적, 신체적인 후유증을 겪으며 힘든 나날들을 견뎌내야 한다.
그렇다면 가해자들은 도대체 왜 폭력을 행사했을까? 또한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으론 어떤 것들이 있을까? 사랑이라는 얄팍한 변명 속에 숨은 ‘데이트 폭력’. 가볍게 여기지 말고 모두 같이 생각해주길 바란다.
(데이트 폭력 정의 참고 : 네이버 지식백과)

도를 넘어선 폭력

지난 3월 부산에서 여자 친구와 말다툼을 하던 도중, 이별을 통보받자 헤어질 수 없다며 피해자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A(21·남)씨가 감금 및 폭행혐의로 긴급 체포돼 검찰에 송치됐다.
A씨는 피해자의 옷을 찢고 주먹과 발로 구타를 하며 피해자에게 “주먹으로 네 이빨을 다 부숴버리겠다”, “피를 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는 등 폭언을 퍼부으며 계속해서 폭행을 저질렀다. 당시 가해자의 집으로 끌려간 피해자는 아파트 주민의 신고로 경찰에 의해 구출될 수 있었다. 가해자는 체포됐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조서를 쓸 때 잘 말해 줘라. 그렇지 않으면 너도 죽이고 자기도 죽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는 A씨의 폭행으로 얼굴뼈가 다 부러졌으며 “자다가도 소름 돋아서 깨고, 지나가는 사람만 봐도 무섭다”,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져서 울게 된다”며 신체적인 고통뿐만이 아닌 정신적인 고통도 호소했다.
위 사건은 피해자의 용기 있는 인터뷰로 세상에 더욱 알려지게 됐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피해자는 “데이트 폭력을 당하고도 보복이 두려워 숨기는 분들이 많다. 제가 용기를 내면 데이트 폭력 특례법도 제정되고 가해자 처벌도 더 강화되지 않을까 싶어서 인터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데이트 폭력

서울 강남구의 한 빌라 1층 주차장에서 전 남자 친구였던 가해자 B(33·남)씨의 폭력에 의해 혼수상태였던 피해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 B씨와 피해자는 사건이 일어난 빌라에서 동거하던 사이였다. 이들 집에서는 물건 던지는 소리, 울음소리 등이 자주 들렸으며 B씨가 피해자를 폭행하던 모습을 본 이웃도 있었다. 더 이상의 폭력을 견디지 못한 피해자는 B씨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이들이 헤어진 지 한 달 뒤, B씨는 피해자의 집으로 찾아와 “직접 얼굴 보면서 이야기하자”고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지 않자 예전에 알고 있던 현관문 비밀번호를 입력해 피해자의 방으로 들어갔고, 피해자가 즉시 경찰에 신고해 B씨는 경찰서로 연행됐다. 경찰은 이들이 1년간 동거했던 사실을 확인하고 B씨에게 “다시는 피해자 집에 찾아가지 마라”고 경고한 뒤 B씨를 풀어줬다.
그러나 2시간 만에 B씨는 피해자를 설득하여 주차장으로 부른 뒤 “다시 만나자”고 요구했다. 피해자가 이를 거절하자 흉기로 위협한 B씨는 피해자가 주차장 바닥에 쓰러지고 몸이 늘어진 상태가 될 때까지 몸을 수차례 걷어차고 머리를 밟았다. 피투성이가 된 피해자를 남겨둔 채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B씨의 모습이 CCTV에 녹화됐고, 경찰은 이튿날 새벽 B씨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남성도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데이트 폭력 가운데 대부분의 가해자는 ‘남성’, 피해자는 ‘여성’이었다. 경찰청에서 지난 2016년 3월에 발표한 ‘데이트 폭력 피해자의 성별’에서도 ‘여성’이 92%, ‘남성’이 4.1%로 여성의 피해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남성도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남성 피해자들이 겪는 데이트 폭력의 유형은 신체적인 폭력도 있으나 대부분 정신적 폭력에 가까웠다.

A(28·남)씨는 경미한 조울증을 앓고 있는 여자 친구 때문에 정신적인 폭력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여자 친구가 우울함을 느낄 때마다 A씨에게 “죽고 싶다”, “나도 죽고, 너도 죽자”는 식의 협박을 하고, 그때마다 A씨는 자신도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A씨는 “여자 친구와 헤어질까 했지만, 헤어지자고 하면 자살이라도 할까봐 말도 꺼내지 못한다”며 정신적인 고통에 대해 밝혔다.


교제 중이었던 B씨(36·남)와 조모(25·여)씨. 하지만 B씨를 향한 조씨의 집착은 나날이 심해져 B씨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어떤 X와 만나고 있느냐”는 문자를 보내는 등 모든 일상을 감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주먹까지 휘두르는 조씨에게 이별을 통보하자 집까지 찾아와 B씨의 얼굴에 물을 뿌리고 가위로 점퍼를 자르는 등의 폭력을 행사했다.

 

데이트 폭력,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정부는 데이트 폭력 행위에 대해서 적정 형량이 선고될 수 있도록 엄정한 사건처리 기준을 마련하고, 위험성이 크거나 피해자가 요청하는 경우 피해자와 경찰 간 핫라인이 구축되는 내용이 포함된 ‘스토킹·데이트 폭력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국정현안조정 점검회의에서 확정 내렸다. 또한 정부는 ‘스토킹 처벌법’(가칭)을 제정해 스토킹 범죄를 범칙금 수준이 아닌 징역 또는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할 방침이다.
경찰의 대응과 피해자 신변보호도 강화된다. 112신고 시스템상 스토킹에 대한 별도 코드를 부여해 관리, 신고접수, 수사 등 단계별로 ‘스토킹 사건에 대한 종합대응 지침 및 매뉴얼’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다. 또한 모든 피해자에게 관련 절차와 지원기관 등의 내용을 담은 ‘권리고지서’가 서면으로 교부되고, 전국 경찰서에 설치된 ‘데이트 폭력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신변보호, 주거지 순찰강화, 112 긴급 신변보호 대상자 등록을 실시하는 맞춤형 신변보호 조치도 제공된다.
‘여성긴급전화 1366’과 ‘여성폭력 사이버 상담’에서는 온·오프라인으로 긴급 상담을 제공하고, 1366센터와 경찰서가 협업해 데이트 폭력 피해자를 위해 ‘경찰서로 찾아가는 현장 상담’을 운영, 법무부의 ‘법률홈닥터’사업과 연계되는 스토킹·데이트 폭력 피해자에 대한 법률 상담도 지원될 예정이다.


기자시선

한 사람의 인생을 고통 속에 잠식시키는 데이트 폭력은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시간이 지나 가정폭력의 가해자, 피해자가 될 수도 있고, 단순 폭행에서 그치지 않고 정신적인 후유증 및 사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더 이상 데이트 폭력을 방관하거나 무시해선 안 된다. 뉴스에서만 나오는 사건이 이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내가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라고 생각해서 한 행동이 상대에겐 집착과 폭력이 될 수 있고, 사랑이라고 생각해서 참았던 것이 나에겐 죽음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렇기에 항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내가 필요 이상으로 상대에게 집착과 부담을 주진 않는지, 연인의 폭력성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진 않았는지 다시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사람을 때리는 것은 잘못된 행위이며, 지금부터라도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고 피해자가 숨지 않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

 

/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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