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사육장을 탈출한 퓨마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사살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후 동물원 존폐 논란이 일었고, 청와대의 국민청원에도 동물원 폐지에 관한 글이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장 동물원 속 동물들을 야생으로 돌려보내기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야생의 터가 환경오염 및 무분별한 개발에 의해 면적이 줄어들어 동물들이 살아갈 서식지가 없고, 야생의 본능을 잃은 동물들과 멸종위기동물들은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원은 필요하다. 단, 좋은 동물원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당장의 동물원 폐지가 아닌 동물을 살리고, 동물을 위해 운영되는 동물원을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찾아본 동물의, 동물에 의한, 동물을 위한 동물원! 동물들을 단순히 전시의 목적으로 데리고 있는 것이 아닌, 보호의 목적으로 돌볼 수 있게끔 사육장의 환경을 설계하고 개조한 동물원들이 있다. 철창 없는 동물원에서 야생과 비슷한 서식지 속 자유로이 살아가는 동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생생한 현장 속으로 떠나보자.

동물을 위해 탈바꿈하다 : 리옹동물원

프랑스 남동부 리옹 떼뜨 도흐 공원 안에 있는 ‘리옹동물원’은 본래 동물을 위한 동물원이 아니었다. 1990년 중반까진 콘크리트 바닥, 좁은 우리, 쇠창살이 존재하던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동물들을 보호하고 있다. 쇠창살로 동물과 인간을 분리하지 않고 연못, 나무 등 자연적인 요소들로 공간을 나누었다. 담벼락 대신 나무 울타리로, 옆에는 작은 나무와 풀로서 경계를 분명하게 짓되 인위적이지 않게끔 만든 것이다. 그 속에서 사는 동물들은 자유로운 모습 그 자체였다. 넓은 잔디밭 속 한가로이 누워있는 사슴들과 저 멀리 나무 그늘 아래 쉬고 있는 사자 등 유리벽 속의 동물들이 아닌 생생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선 이질적인 풍경인 콘크리트 바닥과 쇠창살로 되어있는 곰 우리가 남아있었다. 물론 그 안에는 곰도, 어떠한 동물도 살고 있지 않다. 리옹동물원 원장인 자비어 발란트는 “1990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리옹동물원은 관리도 안 된 최악의 동물원이었지만 이렇게 탈바꿈했다. 지금 우리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기념으로 옛날 곰 우리 하나를 남겨뒀다”고 말했다. 또한 리옹동물원의 수의사 기욤 두에이는 “리옹동물원을 운영할 때 두 가지 중요한 목표를 갖고 있다. 첫 번째는 사람들에게 동물을 교육하고 이해시키는 것이고, 둘째는 동물복지”라고 할 정도로 동물을 위한 동물원을 향해 앞장서고 있었다.

 

이상적인 동물원을 향해 : 하일랜드 와일드라이프 파크

유럽 스코틀랜드 지방 케언곰스 국립공원의 드넓은 초원을 따라 한참을 달리면 도착하는 ‘하일랜드 와일드라이프 파크’. 전체 면적 85만㎡ 중 90%가 동물들의 사육장이며, 36종 220여 마리의 동물들이 살고 있는 이곳은 사파리 형태의 동물원이다. 초원에는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있어 관람객들은 걷거나 자동차를 이용해 동물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동물들을 바로 마주하긴 쉽지 않다. 동물 1마리 당 3,863㎡의 면적에서 살아가며, 사육장이 자연에 가까운 형태여서 숨어 있는 동물을 찾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더불어 희귀종이나 멸종위기종을 번식시키고 동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자연을 가꾸는 등 단순히 ‘동물원’이 하는 일이 아닌 ‘동물’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곳의 동물 수급 책임자인 더글러스 리처드슨은 “이상적인 동물원은 동물들에게 실제 자연환경과 같은 넒은 장소를 제공해주고 야생동물로 살아가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해줘야 한다. 동물을 돌보는 사육사들의 전문성이 필요하며 동물을 관리하고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동물원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제시한 바 있다.

 

동물을 위한 공간으로 : 파리 동물원

파리 동쪽 시내인 12구 벵센 숲에 위치한 ‘파리 동물원’은 프랑스 국립 자연사 박물관의 일부로 ‘동물원을 동물들의 공간으로 인정, 존중하고 인간이 이곳을 잠시 방문한다’라는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존의 동물원들이 좁은 사육장과 인공적인 시설물들로 가득했다면, 이곳은 반대로 쇠창살이 없는 동물원이다. 더불어 이곳은 ‘동물들의 사육 공간이 현대적 기준에 비추어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이유로 1천 700억 원을 투자해 보수공사를 거쳐 지난 2014년 4월 재개장을 했다. 14만㎡의 면적 안에서 종별로 동물을 나누는 것이 아닌 ‘유럽’, ‘파타고니아’, ‘가이아나’, ‘마다가스카르’, ‘사헬수단’ 등 총 5개 지역에 따른 ‘바이오존(biozone)’으로 나눠 각 대륙에 서식하는 동물들을 수용하고 있다.
파리 동물원은 동물과 관람객의 경계를 깊게 판 도랑으로 만들어 유리창 속의 동물을 보는 것이 아닌 실제 갈대숲, 밀림 등 자연 속에서 뛰어다니는 활기찬 동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일까, 대략 217종 930마리의 동물들이 살고 있지만 구경하기란 쉽지 않다. 동물원의 사육장인 널따란 초원 안에는 풀숲, 바위, 구조물 등 관람객의 시선을 피하고 몸을 안전하게 숨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어 동물들을 단번에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사육장 근처에서 시청각 자료가 제공되니 동물을 만나지 못했다면 시청 후 자리를 옮길 수 있다. 그리고 파리 동물원에서는 코끼리와 곰을 찾아볼 수 없다. 2014년도에 재개장을 하며 수십 킬로미터를 걷는 코끼리와 육식성 대형 포유류인 곰에게는 동물원의 좁은 우리가 감옥 같이 느껴질 수 있다고 판단하여 코끼리와 곰 전시를 포기한 것이다. 이처럼 파리 동물원은 ‘동물원’이라는 한계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동물의 복지를 위해 발전하고 있다.

 

동물원의 미래 : 휩스네이드 동물원

영국 잉글랜드 베드퍼드셔 주의 휩스네이드에 있는 ‘휩스네이드 동물원’은 전체 면적 2.4㎢로 널따란 공간 속에서 동물들이 넓은 초원과 같은 사육장을 거닐고 힘껏 뛰기도, 때론 저 멀리 보이는 수풀로 모습을 감추는 것 모두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이곳은 중앙의 ‘베이스캠프’를 중심으로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 네 구역으로 나누어 초원, 숲, 우리를 조성하고 동물들을 풀어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왈라비, 마라, 공작 등의 동물들은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풀어놓는다고 한다. 워낙 넓은 대지이다 보니 초원 같은 사육장의 경우에는 자동차로 다니며 동물을 관찰하는 관람객이 많다. 더불어 ‘좀 더 적은 종’을 ‘좀 더 큰 공간에 전시’하자는 원칙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소수의 희귀종 번식에 힘을 쏟음과 동시에 야생 보전과 멸종위기종 보호를 강조한다.
이곳은 여타 동물쇼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바로 ‘스플래시’라는 바다사자 생태설명회인데, 사육사가 그물이 달린 링을 풀장에 던지고 바다사자가 링을 찾아 목에 걸고 돌아오는 것이다. 사육사는 그 모습을 보고 “바다사자가 인간이 버린 어구에 걸렸네요. 이런 폐어구들은 해양포유류에게 위협이 됩니다”라며 관람객들의 인식을 깨우치고 있었다. 또한 각 동물사 앞에 ‘우리 동물원은 이 종의 야생개체 보전을 위해 현지에서 어떤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이처럼 휩스네이드 동물원은 단순히 관람객을 위해 전시하는 것이 아닌 동물을 위한 보존활동과 동물 복지에 대해 노력하고 있다. 영국의 동물철학자들에게 ‘야생보전과 교육을 위해선 동물원의 미래를 휩스네이드에서 찾아야 한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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