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예멘 난민, 논란의 중심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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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인은 561명, 그 중 549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본국인 예멘의 내전을 피해 우리나라까지 오게 된 것인데,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갑작스레 난민을 받아들이게 된 터라 ‘난민’에 대한 개념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을 뿐더러, 국민들에겐 현 상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상태였다. 혼란스러운 와중 예멘 난민들에 대한 여러 루머들이 퍼져나가자 이들을 향한 부정적인 인식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정부가 예멘 난민들에게 구직을 돕고 생계비를 지급한다는 등의 정책들이 언급되자 부당하게 느껴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째서 예멘 난민을 받아들이게 됐으며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점은 어떤 것일까. 예멘 난민, 그 내막에 대해 조사해보았다.

제주로 향한 예멘 난민

중동 지역에 위치한 예멘은 2015년 3월부터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 동맹군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과의 내전으로 1만 여명이 사망하고 27만 여명이 난민으로 전락하게 됐다. 2, 30대의 젊은 남성부터 10대 청소년들까지 군대에 강제로 징집되거나 반군에 학살되는 등 심각한 상황 속 19만 명에 이르는 예멘인들은 내전을 피해 다른 나라로 떠났다. 그 중에 일부 예멘인들은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말레이시아에서 체류를 시작했다. 그러나 체류 기간 연장이 되지 않자, 이들은 지난해 12월 생긴 제주와 쿠알라룸프르(말레이시아)를 잇는 저비용 직항기를 통해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제주로 향하게 됐으며, 한 달 간의 체류 기간 동안 난민신청을 했다.
이미 500여 명의 예멘 난민이 제주도로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 계속 난민을 받아들이기엔 힘들다고 판단한 청와대는 2018년 6월 1일부터 ‘무사증 입국 불허 국가’에 예멘을 추가시켰다. 그로인해 예멘 난민은 더 이상 제주도로 입국할 수 없게 됐고, 지난 4월 30일부터는 정부가 제주도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는 ‘출도제한’명령을 내리면서 이미 입국한 500여 명의 예멘인들은 제주도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는?

앞서 얘기했듯이 예멘 난민을 향한 국민들의 시선은 좋은 편이 아니다. 오히려 부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예멘 난민을 추방하라, 반대 한다 등의 청원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그중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이라는 국민청원이 참여인원 714,875명을 돌파하여 청원답변을 받게 되었다. 해당 청원은 ‘자국민의 치안과 안전, 불법체류 외 다른 사회문제를 먼저 챙겨주길 부탁드리며, 난민 입국 허가에 대한 재고와 심사기준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에 관한 폐지 및 개헌을 부탁드린다’라는 우려의 심경이 담긴 내용이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청원 속 내용을 포함하여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점을 추려 사안과 법안을 함께 설명했다. 현재 난민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난민 심사 절차나 무사증 제도 폐지 요구에 대해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등 자세하게 답변했다. 또한 국민이 우려를 표명하는 이유에 대해 정부도 잘 알고 있으며 동시에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난민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다짐도 보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예멘 난민. 그렇다면 국민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불만을 가졌고, 그 속에서 진실과 거짓은 무엇일까. 예멘 난민에 관해 국민들이 우려하는 사항들을 3가지로 나누어 조사해보았다.

  1. 가짜 난민?

현재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 난민 가운데 난민 신청을 한 549명 중 남성은 504명, 여성은 45명이다. 여기서 일부 국민들은 내전으로 대피한 사람들 가운데 여성이나 아이가 아닌 남성이 많다는 점을 들어 돈을 벌기 위해 입국한 ‘가짜 난민’이 아니냐고 주장한다. 실제로도 20대 남성이 307명, 30대 남성이 142명으로 남성의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남성의 비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가짜 난민이라 볼 수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의 신강협 소장은 ‘전쟁을 피해 도망치다보니 젊은 남성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예멘 난민 신청자 중에는 반체제 언론인이나 교수 등 지식인도 많고, 납치돼 고문을 받다가 도망친 사람들’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제주출입국 관계자 역시 ‘나이 및 성별로는 난민을 가짜로 볼 수는 없다’고 말하며 ‘심사를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더불어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국민의 우려를 반영하여 난민 신청자의 SNS 계정 제출을 의무화하고, 마약 검사, 전염병, 강력범죄 여부 등 엄정한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2. 난민 구직 지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1월에 내놓은 ‘2018년 하반기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취업자 수 증가폭은 올해 4분기에 이어 0명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밝혔다. 갈수록 취업난은 심해지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 속에서 우리 정부가 예멘 난민의 구직을 돕는다는 것이 국민들의 화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현재로선 정부가 예멘 난민의 구직을 돕는 것은 사실이며 인도적인 차원에서 진행되고 보통은 난민 신청 6개월 이후에 취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제주도에 체류하는 예멘 난민들은 조기 취업이 특별히 허용됐다. 급박한 상황을 고려해 출입국관리법 제20조에 따라 예외적으로 취업 활동을 허가한 것이다. 그래서 난민 약 200여 명이 일손이 부족한 어업·양식업 분야로 일자리를 갖게 됐지만 일이 어렵거나 소통에 문제가 있어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제주 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는 “소통, 종교, 일자리 수준 등을 이유로 그만두는 사례가 늘고 있다”라고 전했다.

3. 과도한 지원?

제주도에 예멘 난민이 몰려들고 국민들의 불만이 커질 때 즈음, “예멘 난민 1인당 138만 원을 지원한다”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이 아니다.
난민 심사 기간은 최장 6개월로, 이 기간 동안은 생계비를 주도록 되어있다. 우리 정부가 법적으로 난민 신청자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8년 생계비 지원액은 1인 가구당 월 432,900원으로, 논란이 됐던 138만 원은 5인 가구 기준이다. 이것은 난민지원시설 비이용자의 경우에 해당되고, 지원시설을 이용할 경우에는 1인 가구당 월 216,450원으로 감소된다.
그렇다면 모든 난민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가? 이 또한 아니다. 생계비 별도 지원 심사를 통해 지급이 되며 현 2018년은 아직 절차가 진행 중이다.
난민으로 인정된 수도 그리 많지 않다.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한 후 올해 6월까지 우리나라에 난민신청을 한 수는 4만 2,009명. 그 중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792명뿐이다. 849명이 난민으로 인정됐다는 수치는 인도적 체류허가자를 합한 비율이다. 여기서 인도적 체류허가자란 난민의 지위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돼 체류가 허가된 경우이다. 이처럼 난민 신청을 한 모든 난민이 지위를 인정받거나 난민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소수에 가깝다.

기자시선

아직 우리에게 낯설기만 한 난민. 필자는 정부가 국민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정책을 수행하는 것은 그들의 몫이지만 실제로 난민과 함께 일하고 생활하는 건 일반 시민들, 즉 국민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같은 국적을 가진 사람이라도 함께 지내려면 적응하는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한데, 말도 통하지 않는 난민을 갑작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국민들에게는 일반적인 통보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1992년 난민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보장하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된 상태고, 현재는 500여 명의 난민이 제주도에 머무는 상황이다. 생존을 위해 한국이라는 먼 타지까지 오게 된 이들을 배척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고, 이제는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때이다. 정부가 난민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치는지, 그 과정과 결과는 공정한지 지켜봐야 한다. 더불어 난민을 향한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정부의 정책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난민에 대한 인식을 바로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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