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가득 채운 알록달록한 불빛들. 수많은 인파속에 섞여 연휴를 한껏 즐기기도 하고 가족 혹은 사랑하는 연인과 보내는 즐거운 하루는 무엇보다 값지고 소중하다. 때문에 크리스마스는 연휴 시작 전부터 우리들을 설레게 만든다. 그런데 당신. 혹시 올 겨울도 케빈과 함께할 생각인가? 아니, 함께 해야 하는가?
여기 크리스마스에 봐야 할 영화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 너무 슬퍼하지 말기를. 이제 우리는 연휴동안 홀로 남겨진 것이 아니라 영화감상을 즐기는 진정한 ‘문화인’, 그리고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는 시크한 ‘나홀로족’으로 거듭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진한 재미와 감동은 덤으로!
추운 겨울 혼잡한 거리에 나가 추위에 떨기보다 따뜻한 집안에서 정성들여 준비한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즐거운 연말을 보내길 바란다.

Merry childlike Christmas : 가디언즈

[ 어릴 적 믿었던 미신적인 존재들을 추억하며 ]

산타클로스, 부활절토끼와 이빨요정, 그리고 잠의 요정 샌드맨은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아이들의 믿음 속에서 태어나게 된다. 이들은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지키는 가디언즈가 되어 자신이 맡은 임무를 수행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악몽을 가져오는 부기맨 피치가 깨어나 부활절을 준비하던 토끼 버니를 방해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부활절을 맞이한 아이들은 단 하나의 달걀도 찾지 못하자 부활절 토끼는 가짜라며 크게 상심했고 더 이상 부활절 토끼에 대해 믿지 않자 버니는 평범한 토끼로 변해버리고 만다. 이로 인해 장난꾸러기 눈의 신 ‘잭 프로스트’가 가디언즈로 합류하여 피치와 맞서 싸우게 되는데…….


애니메이션 영화 ‘가디언즈’는 어릴 적 굳게 믿었던 존재들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개성 있는 캐릭터들은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며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만든다. 빠진 이빨을 베개 밑에 두고 잤던 어느날 밤, 그리고 ‘산타할아버지가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 주신다’는 말 한 마디에 눈물을 뚝 그쳤던 그때 그 시절을 말이다. 또한 아이들의 순수함을 짓밟으려는 악당과 대적하는 가디언즈들의 모습은 나에게도 순수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며 그것을 잊어버리고 있었음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때문에 우리가 나이를 먹고 난 후에도 애니메이션을 찾는 것이 아닐까? 영화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것도 좋지만 가볍게 즐기며 우리가 어린 시절 느꼈던 따뜻한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다면 꼭 한번 시청해 보길 바란다.

Merry Tasty Christmas : 아메리칸 셰프

[ 일류 셰프의 과감한 도전 ]

일류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셰프 칼 캐스퍼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밤새워 주방을 지킬 정도로 요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한창 바쁜 일상을 보내다 갑자기 찾아온 위기의 순간. 유명한 요리평론가의 방문이 예정된다. 그를 위한 요리를 만들던 중 레스토랑의 오너가 메뉴를 바꾸게 되면서 평론가에게 혹평을 듣고 만다. 자신의 일을 사랑했던 그는 요리가 맛없다는 평가를 듣고 큰 상처를 받아 트위터로 욕설을 보내고, 결국 레스토랑을 그만두게 된다. 이로부터 시작된 일류 셰프의 푸드트럭 도전기!


영화 취향에 대한 호불호가 확실한 사람들에게도 ‘아메리칸 셰프’는 참을 수 없는 식욕을 자극하며 몰입을 이끌어 낸다. 또한 장르 분류가 코미디임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웃기려는 장면 없이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전개된다. 식재료를 가르는 현란한 칼놀림과 바삭한 튀김의 생생한 소리는 영화를 보는 내내 놓쳐서는 안 될 관람 포인트다. 음식을 비추는 카메라에는 마치 냄새까지 담겨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단순히 식욕만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다. 요리로 인해 서로에게 소홀했던 가족 전체가 푸드트럭 멤버로 동참해 그 관계가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풀어나가며 가족과 함께해야 할 연휴, 그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준다.

Merry Horrorible Christmas : 크리스마스의 악몽

[ 색다른 크리스마스를 꿈꾸는 악동들 ]

할로윈 마을의 호박 왕 잭 스켈링톤은 매년 할로윈이 되면 현실세계 사람들에게 어마어마한 공포를 선사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는 존재이다. 그러나 잭은 매년 반복되는 할로윈 행사에 싫증을 느끼며 마을 밖을 떠돌던 중 다른 홀리데이 마을로 가는 길을 발견하게 되고, 크리스마스 마을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발견한 화려한 장식과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에 자신이 직접 크리스마스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고, 할로윈 마을로 돌아온 잭은 마을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를 설명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팀 버튼의 클레이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감독 특유의 으스스한 분위기로 오싹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랑스러운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또한 할로윈과 크리스마스라는 두 가지 이벤트를 접목시킨 점에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대사 중간에 등장하는 뮤지컬 형식의 전개는 단조로운 애니메이션 형식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보여주고 주인공 외에도 잘 짜여진 주변인물 구성까지 어른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충분하다. 작중 잭을 짝사랑하고 있는 봉제인형 샐리는 잭이 꾸미는 어마어마한 일에 문제가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 일을 응원할 수 없다는 것에 슬퍼하면서도 잭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그녀의 내적 갈등을 노래로써 드러내는데 클레이 덩어리로 만들어진 캐릭터에서 인간의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로 다가온다.

Merry Emotional Christmas : 8월의 크리스마스

[ 눈물과 함께한 크리스마스 ]

절로 감성적이게 되는 새벽의 찬 공기를 마시며 ‘8월의 크리스마스’와 함께 감수성에 젖어보자.
아버지를 이어 사진관을 운영하는 주인공 정원은 학교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재잘대는 소리와 따뜻한 햇살의 기운에 부스스 눈을 뜬다. 그는 아이들이 모두 간 텅 빈 운동장에서 사색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곳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고 아버지를 생각하며 자신의 죽음 또한 생각하곤 했다.
이처럼 정원은 불치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으나 자신의 숙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 정원의 삶에 어느 날부터인가 ‘다림’이라는 아름다운 여성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그녀의 직업은 불법 주차 단속원으로 차량의 번호를 찍은 필름 카메라의 사진을 인화하기 위해 정원이 있는 사진관에 가게 된다. 이어 다림은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대뜸 찾아오거나 비 내리는 밤 캔맥주 한잔하자며 어설픈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자신의 영정사진을 찍은 정원. 그리고 열리지 않는 사진관 문틈으로 편지를 끼워 넣는 다림. 과연 죽음을 앞둔 남자와 풋풋한 여인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남자 주인공 역할을 맡은 한석규(정원 역)의 차분한 내레이션은 관객을 영화의 여유로운 분위기에 물들게 만든다. 또한 그 목소리의 울림에 귀 기울이고 있자면 풋풋했던 사랑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영원할 것 같던 사랑은 크리스마스처럼 눈 깜짝할 새 끝나버리고 마는 정원의 삶과 대비되어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또한 감독의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로 인물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관객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절제를 통해 인물들이 겪는 감정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때로는 백 마디 말 보다 한 마디 말이 한 사람의 마음을 잘 전달해 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영화를 시청하며 직접 느껴보는 건 어떨까? 더불어 감독이 곳곳에 숨겨놓은 소소한 장치들에 집중하며 뛰어난 연출력에 감탄해 보자.

 

/신예은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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