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부쩍 바라는 것이 많아졌다. “자격증 시험이 단번에 붙었으면, 중간고사 성적이 잘 나왔으면, 대학원 진학이든 취업이든 뭐든 잘 되길..”하면서 말이다. 구체적인 바람부터 그저 인생이 평탄하게 잘 흘러가기를 바라는 것들. 이렇게 바라는 것은 많은데 정작 하는 건 반대이다. 시험공부는 제대로 하고 있지도 않고, 하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딴 짓을 하고 있다. 이제 이런 나를 질책하는 일도, 이래서 저래서 합리화 하는 일도 지쳤다는 변명을 또 스스로에게 늘어놓는 중이다.

“모든 것이 끝이 나면, 나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바라는 것이 없어질까.”
“아니, 그땐 또 그때의 시점에서 바라는 것들이 생기겠지. 어쩌면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데 끊임없이 무언가 바라는 일은 당연하겠지.”

깊은 새벽, 스스로와 이런 대화를 나누며 뒤척이는 탓에 아침의 눈꺼풀은 그날 밤 대화의 무게만큼 무거워지고, 정작 바라던 것들을 이루기 위해 행동을 해야 할 때는 힘이 빠져버리고 만다. 이렇게 매번 반복되는 무기력한 일상 속에서 처음에 순수하게 바라던 것들은 점차 반드시 이뤄내야만 하는 것들로 변색되어 더 깊은 늪으로 빠지게 되는 것 같다.

아주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기 바라는 것, 언제나 나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인생이 흘러가도록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때론 ‘나’라는 사람의 그릇에 담기엔 너무 큰 것들이라서 스스로 그 크기를 견디지 못하고 깨져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어쩌면 나는 바라는 것들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열심히 준비한 자격증 시험에서 떨어진다거나, 밤새가며 공부한 중간고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 것들 말이다. 그래서 최악의 경우가 발생했을 때의 나를 보호하려는 듯, 그에 걸 맞는 행동들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문득 이제는 무심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는 것도 대충 살아야겠다는 것도 아닌, 두려움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자책하는 함정을 파는 일도 하지 않는 그런 삶을 말이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마음 한구석 아니 마음 전체는 답답함과 불안함으로 가득 차 다른 것이 들어올 틈이 없던 나에게 숨통을 틔어주는 삶을 말이다.

불안해하던 것들을 하나 둘 내려놓자, 하루 이틀이 지날수록 조급함은 줄어들고 삶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만 할 것 같아 불안하고 초조하던 공강 시간은 그 마음 때문에 늘 나중으로 미뤘던 운동과 독서로 채울 수 있었다. 또한 여러 가지 고민으로 가득 차서 머리가 지끈거리던 밤은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는 밤으로 바꿀 수 있게 되었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나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며 끊임없이 나를 채찍질하고 이뤄낸 성과보단 이뤄내지 못한 것에 집착하며 해내려고만 하던 나에겐 사치스러운 삶이라고 치부하던 것들이었다. 놓아버리면 뒤쳐지고, 텅 비어버릴 것만 같던 나의 삶은 또 다른 요소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아직 인생 23년차인 나로서는 어려운 점이 너무나 많으며, 이런 생각들도 누군가에게 스쳐간 생각일 수도, 아직은 느껴보지 못한 것 일 수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누구도 불안과 두려움에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바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를 위해 쓰기 위해서 때론 불안한 마음을 무심하게 지나가는 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P 글, 편집 : 김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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