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믿을 수 없는 대한민국 -생리대 유해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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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왜 화학 생필용품을 두려워하게 되었나


2011년에 일어났던 가습기 살군제 사건. 239명의 사망자를 내고 수백명의 피해자를 만들어낸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최근에 일어난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케미포비아’라는 현상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케미포비아란 화학(chemical)과 공포증(phobia)을 합친 말로 화학 생필용품을 극도로 꺼리는 현상을 일컫는다. 그리고 이 화학 생필품을 꺼리는 사람들을 노 케미족(no – chemi)을 뜻하는데 요즈음 이렇게 화학 성분이 들어간 생필품을 꺼려하는 소비자층이 늘어나고 있다. 생활에 쓰이는 제품이 자칫하면 몸에 유해할지도 모르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생필품을 조사해 유해물질 여부를 알아봐야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가세했고, 여성들이 쓰고있는 생필품에서의 유해물질 여부를 조사하고자 여성환경연대에서 소셜펀딩으로 연구기금을 모아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에게 의뢰해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조사를 착수했다.


생리대 속 발암물질 발견

지난 3월 21일, 여성환경연대가 ‘여성건강을 위한 안전한 월경용품 토론회’에서 발표한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 연구팀은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10종의 일회용 생리대에서 모두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암물질, 유럽연합(EU)이 규정한 생식독성, 피부자극성 물질 등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후 토론회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된 제품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만규 교수는 “당시 독성이 포함된 *총휘발성유기화합물질(TVOC)이 가장 많이 검출된 제품이 릴리안 생리대와 팬티라이너였다”고 말했다.

이후 소비자들의 눈에 띄는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사례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국내 생리대를 조사하기 이전에도 생리대 부작용에 대해서 꾸준히 거론되었는데, 이번 결과를 통해 생리불순이 심해지고 생리통이 갑자기 심해지거나 생리 양이 줄어들었다는 불만이 더욱 많아지자 식약청에서는 생리대의 부작용 사태를 파악하고 8월 내에 해당 물품을 수거한 뒤 9월에 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라 밝혔다.

*휘발성유기화합물질이란 대기중에 휘발돼 악취나 오존을 발생시키는 탄화수소화합물을 일컫는 말로, 피부접촉이나 호흡기 흡입을 통해 신경계에 장애를 일으키는 발암물질이다. 벤젠이나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자일렌, 에틸렌, 스틸렌, 아세트알데히드 등을 통칭한다.


식약처의 뒤늦은 대처

국내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정보를 발표한 곳은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닌 여성환경연대가 의뢰한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김만구 교수였다. 이 결과를 3월 21일 발표했을 당시에 식약처에 생리대에 대한 전수조사 및 대책마련을 요구했지만,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생리대 검출 기준이 마련된 국가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5개월동안 방관된 태도로 임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보도가 나간 뒤에도 논란이 지속되자 21일 식약처에선 안정성 검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은 이러한 식약처의 늑장 대처에 불안감만 더욱 커지고 있다. 그리고 김만구 교수의 실험 결과를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며 발암 물질이 발견된 업체와 제품명을 비공개 처리했다. 이는 상세한 실험 방법과 내용이 없으며 연구자 간 상호적인 객관적 검증 과정을 거치치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렇지만 일부 언론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 회사와 제품을 공개하자 입장을 바꾸며 공개했다. 국민의 불안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공개했지만 실제로 인체에 위해한지의 판단은 미뤘다고 말하며 식약처 스스로 생리대가 유해한지의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힌 것이다.


릴리안의 미흡한 대응

8월 23일 깨끗한 나라 릴리안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저희 제품 사용과 관련, 불편을 겪으시고 큰 심려를 끼쳐드린 데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지만 고객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고 책임 있는 행동이라고 판단해 28일부터 환불 조치를 시행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환불조치가 시행되면서 낮게 측정된 환불금액과 복잡한 절차에 논란이 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 환불 신청을 클릭해 제품별 환불금액안내를 클릭하면 낱개 당 환불금액이 나오는데 개당 소형 156원, 중형 175원, 대형 200원, 오버나이트 365원으로 책정된다. 이는 평균적으로 중형 한 팩에 들어간 18개를 계산하면 생리대 한 개를 3150원에 환불받는 것과 같은 소리다. 이렇게 낮은 단가에 환불하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이라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사용된 생리대는 환불되지 않으며 오직 박스 택배만 가능하고 구매한 대형마트에서도 환불이 되지 않는다. 환불 대상도 영수증이 필요없이 사용하지 않은 낱개 개수로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한 소비자단체에선 “단순변심도 아니고 문제가 있어 환불을 해주는 마당에 남은 양에 대해서만 환불을 해준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며 “깨끗한나라측은 영수증 등 구매내역을 통해 구매했던 릴리안 생리대를 환불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냉정한 여론의 판단

릴리안 생리대 발암물질로 부작용을 겪었다는 제보가 이틀간 3009건이 쏟아졌다. 피해자들은 8월 21일 릴리안 생리대 피해자를 위한 집단 소송 준비모임 카페를 개설해 피해자들의 사례들을 수집하며 고소를 준비했다. 그리고 8월 25일 소송을 준비한 이들을 대상으로 1차 소장을 접수했는데 원고는 총3323명이며, 환불인원 등을 다 제외한 집단소송 참여인원은 최종적으로 약 5000여명을 예상인원으로 잡았다. 이어 2•3차 소장 접수는 다음주 중 진행할 계획이라고 법정원측에서 밝혔다. 또한 법정원은 릴리안 생리대의 유해성을 밝히기 위해 당초 별도의 생리대 성분조사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식약처의 조사 결과를 지켜본 후 감정 의뢰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현재까지 총 124억원대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금액도 늘어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회용 생리대 유해물질에 대해 논란이 거세지자 소비자들은 일회용대신 면생리대나 생리컵을 사용이 증가했다. 직접 면생리대를 만들어서 쓰거나 해외로 직접 구매해서 생리컵을 사용한다. 편의성도 좋아 착용감이 훨씬 좋으며 무엇보다 일회용 생리대보다 경제성이 훨신 강점으로 꼽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화학물질과는 거리가 먼 제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증거다.


기자시선

9월 4일 식약처에서 생리대 실험 조사 제품명을 모두 공개함에 따라 10개 유명 브랜드의 제품안에서도 발암물질이 들어있다는 정보를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유한컴벌리에서는 발암물질이 가장 많이 검출됐으며 소비자들이 비교적 많이 이용하는 바디피드, 좋은 느낌 등에서 발견됐다는 결과에 국민들은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국산 제품은 믿을 수 없게 되었고 소비자들은 외면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한다. 이를 위해 마련되지 않은 생리대 검출 기준을 정리해 확고하게 입장을 밝히면서 안심을 주어야 할 것이다. 확실치 않은 사실은 소비자들에게 불안감만 심기 때문이다. 식약처에선 무엇보다 그에 따른 발빠른 대처를 시행해야만 한다. 미루거나 방관하는 일은 서로에게 독이며 지금의 실수를 인정하고 보다 빨리 대처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건강과 직결된 사안을 담당하는 부처인만큼 신속하고 책임 있는 대응으로 소비자들의 불안한 마음을 잠재워주길 바란다.

P글, 편집 : 오지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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